안도 앞바다서 마주친 볼락..."눈깔이 완전 500원짜리네"

볼락과 참돔 잡으러 떠난 바다낚시... 낚시대에 볼락이 '주렁주렁'

등록 2013.05.18 09:05수정 2013.05.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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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대가 드리워진 가운데 낚시대 사이로 참돔이 올라오고 있다.
낚시대가 드리워진 가운데 낚시대 사이로 참돔이 올라오고 있다. 심명남

"요즘 낚시 자주 가십니까? 아니오, 불러줘야 하지요..."
"그럼 언제 날 잡아 볼락 치러 갑시데이... 그 말씀 수년째 듣고 있는 말인데요. 기다리다 지쳐 삐짐^^"


보름 전 지인과 카톡으로 나눈 대화다. 쇠뿔은 단김에 빼라했던가. 16일 바다낚시를 떠났다. 일명 5·16 출조였다. 우린 회원모집에 나섰다.

"낚시로 쿠데타 떠나요. 볼락과 참돔낚시! 역사의 현장에 모두 동참합니다."
"선착순 5명. 시간이 없습니다. 딱 두 명 남았습니다."
"선장님 나도 끼워 달라."

5·16출조, 바다로 쿠데타를 떠나다

순식간에 회원 5명이 모집됐다. 여수에 사는 3명과 광주서 2명이 합류했다. 대상어종은 볼락과 참돔이다. 참돔은 찌발이 내지는 카고낚시가 제격이다. 볼락은 카드채비다. 출발시간은 오전 5시 30분, 철수는 오후 3시에 하기로 정했다. 그런데 출발 이틀 전, 비상이 걸렸다.

"워메 바다날씨가 장난이 아니네. 모래는 바람도 세고 파도도 높데. 낼까지는 겁나 좋은디..."
"하필 우리 가는 날 왜 이런 다냐. 날만 잡으면 날씨가 안 받쳐 주네 참..."
"난 엊그제 핸드폰도 바꿨는디 괴기사진 찍을려구ㅎㅎㅎ"


날씨예보를 보니 풍속 9~12m/s, 파고는 2~2.5m였다. 낚시하기엔 날씨가 무리다. 하지만 멀미약을 붙이는 한이 있더라고 각자 스케줄에 맞춘 날짜는 변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이트기 전 거무튀튀한 새벽이 밝아왔다. 광주와 여수에서 일행들이 합류했다. 배는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출발했다. 파도를 가르며 여수 가막만권을 지나 어느새 <아빠 어디가?>의 촬영지 안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역시 일기예보는 틀리지 않았다. 현지 날씨는 북동풍인 샛바람이 불어 바람과 파도가 거세다. 동고지로 가려했는데 포인트를 변경했다. 바람을 피해 안도대교를 지나 서고지와 부도 앞바다로 뱃머리를 돌렸다.


첫 포인트는 부도 뒤편. 이곳은 몇 년에 한 번 데려갈까 말까 하는 필자만의 히든 포인트다. 한때 잘 아는 지인들과 이곳에 왔는데 대물 다금바리와 신발짝 만한 볼락을 낚아 올렸던 곳이다. 낚시가 시작되었다. 일제히 낚싯대를 바다에 들이댔다. 미끼는 얇게 썬 갑오징어와 크릴새우다. 낚시를 끌고 가는 봉돌이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미끼를 끌고 쏜살같이 바다로 빨려갔다.

 배낚시로 올린 쏨뱅이가 두 섬사이에 걸렸다.
배낚시로 올린 쏨뱅이가 두 섬사이에 걸렸다.심명남

 낚아 올린 도다리의 모습. 5월이라 좀 늦었지만 3,4월에 먹는 도다리는 금강산구경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이 있다.
낚아 올린 도다리의 모습. 5월이라 좀 늦었지만 3,4월에 먹는 도다리는 금강산구경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이 있다.심명남

 낚시의 고수 신 프로가 농어를 낚아 올렸다.
낚시의 고수 신 프로가 농어를 낚아 올렸다.심명남

 광주에서 온 신 프로가 낚아올린 볼락. 눈이 왕눈이다.
광주에서 온 신 프로가 낚아올린 볼락. 눈이 왕눈이다.심명남

 침묵을 지키던 정 프로가 한꺼번에 5마리의 볼락을 낚아 올렸다
침묵을 지키던 정 프로가 한꺼번에 5마리의 볼락을 낚아 올렸다심명남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입을 열지 않고 조용한 일행.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한참을 지나도 소식이 없다. 불어닥친 바람에 놀랐을까? 아니면 신경전을 하는 걸까? 오랜만에 낚시를 온 터라 잔뜩 기대에 부푼 일행들은 시간이 흐르자 입을 연다.

"야 이거 몇 년 만이야. 오랜만에 바다에 나오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야~"
"고기는 안 물어도 이 맑은 공기마시면서 일을 안 하니 얼마나 좋노..."

오늘은 어부가 되어야겠다며 고기를 몽땅 잡을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더니만... 이곳에선 허탕이었다. 결국 한 시간 반가량 볼락 한 마리를 잡고 철수를 했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이내 세 번째 포인트로 옮겼다. 양식장 주위에 닻을 놓고 낚시가 시작되었다.

첫수는 역시 장 프로가 개시를 했다. 도다리였다. 3,4월에 먹는 도다리는 금강산구경하고도 안 바꾼다는 물오른 봄도다리. 이곳이 포인트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일행들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또다시 신 프로가 볼락을 낚아 올렸다. 볼락 눈이 왕눈이다. 즉석에서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더니 어느 지인은 "눈깔이 완전 500원짜리네요"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불가사리 잡은 이 프로 "나처럼 수중정화도 좀..."

 불가사리를 낚아올린 이 프로. 이 프로는 이날 처음 고기는 못잡고 낚시로 수중정화를 했다.
불가사리를 낚아올린 이 프로. 이 프로는 이날 처음 고기는 못잡고 낚시로 수중정화를 했다. 심명남

 불가사리를 잡은후 우럭과 볼락을 잡은 이 프로의 모습
불가사리를 잡은후 우럭과 볼락을 잡은 이 프로의 모습심명남

한쪽에선 계속 낚아 올리는데 다른 쪽 일행은 소식이 없다.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은 바로 이런 곳에서 표시가 나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지인의 낚싯대가 엄청 휘어졌다. 뜰채를 준비하며 기대에 부푼 일행들은 그가 잡은 어종에 실망감이 컸다. 별처럼 생긴 불가사리를 낚아 올린 것. 프로도 잡기 힘든 불가사리를 낚아 올렸으니 무시 못 할 실력이다. 낚싯대가 엄청 휘어진 이유는 미끼를 문 불가사리가 바위에 달라붙어 낚시꾼과 한판승부를 벌였기 때문이다. 불가사리를 낚은 이 프로의 말이다.

"바다에서 고기만 낚으면 되겠어. 좋을 일도 해야지. 나처럼 수중정화도 좀하고 그래봐."

일행은 낚는 사람만 낚고 아직까지 손맛도 못 본 사람도 있다. 그래서 자리를 옮겼다. 네 번째 포인트의 최고 어종은 농어였다. 역시 신 프로의 실력은 으뜸이다. 한참 손맛을 본 일행은 어느새 조용하다. 점심시간이 되어 회를 떴다. 역시 봄도다리는 식감이 최고다. 소주 한 잔 걸치는 이 맛.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농어, 볼락, 참돔도 썰었다. 또 한쪽에선 라면을 끓였다.

 김밥에 싱싱한 횟감을 올려 먹는 김밥초밥. 담백한 맛이 기막히다.
김밥에 싱싱한 횟감을 올려 먹는 김밥초밥. 담백한 맛이 기막히다. 심명남

 회감 한접시. 배낚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썰어 먹는 맛이다.
회감 한접시. 배낚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썰어 먹는 맛이다.심명남

 배에서 먹는 라면맛은 꿀맛이다.
배에서 먹는 라면맛은 꿀맛이다.심명남

아직 손맛도 못 본 정 프로는 체면이 말이 아니다. 불가사리만 잡은 이 프로 역시 마찬가지. 준비한 점심을 먹기 전 다섯 번째 포인트로 옮겼다.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점심을 먹을 참이었다. 회에다 한참 점심을 뜨는데 정 프로의 낚싯대가 쑤~욱 휘어졌다.

"우와 나 그럴 줄 알았어. 볼락이 주렁주렁 열렸네. 야~호"

목소리 커진 정 프로. 한 번에 볼락을 다섯 마리나 걸어 올렸다. 한 번에 명예회복을 하고 만 셈. 갑자기 일행은 점심보다 볼락치기에 더 관심이 쏠렸다. 점심을 뜨는 둥 마는 둥 여기저기서 볼락을 낚아 올렸다. 불가사리만 잡아 올린 이 프로는 우럭과 볼락을 동시에 걸어 올렸다. 오늘 우럭을 낚아 올린 이는 처음이라는 자부심에서인지 기세가 더 등등해졌다.

이후 잠잠하다.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오늘 히트 메뉴는 '김밥초밥'이다. 김밥 위에 초장을 듬뿍 찍은 회를 올리니 맛이 기막히다. 제주에선 이렇게들 먹는단다. 낚시터에서 처음 먹어본 김밥초밥은 싱싱한 횟감과 김밥맛이 어우러져 담백하다. 이후 곁들여진 라면 맛은 최고였다. 오후가 되니 바람이 더 세진다. 알다가도 모를 바다. 높은 파도에 비포장처럼 변해버린 변덕스런 바다 위를 우린 또다시 달린다.

 배에서 바라본 금오도. 이날 날씨는 출항부터 귀항까지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았다.
배에서 바라본 금오도. 이날 날씨는 출항부터 귀항까지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았다.심명남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다낚시 #김밥초밥 #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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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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