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대가 드리워진 가운데 낚시대 사이로 참돔이 올라오고 있다.
심명남
"요즘 낚시 자주 가십니까? 아니오, 불러줘야 하지요..."
"그럼 언제 날 잡아 볼락 치러 갑시데이... 그 말씀 수년째 듣고 있는 말인데요. 기다리다 지쳐 삐짐^^"
보름 전 지인과 카톡으로 나눈 대화다. 쇠뿔은 단김에 빼라했던가. 16일 바다낚시를 떠났다. 일명 5·16 출조였다. 우린 회원모집에 나섰다.
"낚시로 쿠데타 떠나요. 볼락과 참돔낚시! 역사의 현장에 모두 동참합니다." "선착순 5명. 시간이 없습니다. 딱 두 명 남았습니다." "선장님 나도 끼워 달라."5·16출조, 바다로 쿠데타를 떠나다순식간에 회원 5명이 모집됐다. 여수에 사는 3명과 광주서 2명이 합류했다. 대상어종은 볼락과 참돔이다. 참돔은 찌발이 내지는 카고낚시가 제격이다. 볼락은 카드채비다. 출발시간은 오전 5시 30분, 철수는 오후 3시에 하기로 정했다. 그런데 출발 이틀 전, 비상이 걸렸다.
"워메 바다날씨가 장난이 아니네. 모래는 바람도 세고 파도도 높데. 낼까지는 겁나 좋은디...""하필 우리 가는 날 왜 이런 다냐. 날만 잡으면 날씨가 안 받쳐 주네 참...""난 엊그제 핸드폰도 바꿨는디 괴기사진 찍을려구ㅎㅎㅎ" 날씨예보를 보니 풍속 9~12m/s, 파고는 2~2.5m였다. 낚시하기엔 날씨가 무리다. 하지만 멀미약을 붙이는 한이 있더라고 각자 스케줄에 맞춘 날짜는 변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이트기 전 거무튀튀한 새벽이 밝아왔다. 광주와 여수에서 일행들이 합류했다. 배는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출발했다. 파도를 가르며 여수 가막만권을 지나 어느새 <아빠 어디가?>의 촬영지 안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역시 일기예보는 틀리지 않았다. 현지 날씨는 북동풍인 샛바람이 불어 바람과 파도가 거세다. 동고지로 가려했는데 포인트를 변경했다. 바람을 피해 안도대교를 지나 서고지와 부도 앞바다로 뱃머리를 돌렸다.
첫 포인트는 부도 뒤편. 이곳은 몇 년에 한 번 데려갈까 말까 하는 필자만의 히든 포인트다. 한때 잘 아는 지인들과 이곳에 왔는데 대물 다금바리와 신발짝 만한 볼락을 낚아 올렸던 곳이다. 낚시가 시작되었다. 일제히 낚싯대를 바다에 들이댔다. 미끼는 얇게 썬 갑오징어와 크릴새우다. 낚시를 끌고 가는 봉돌이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미끼를 끌고 쏜살같이 바다로 빨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