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 내부여기엔 외부인은 절대 출입금지라 했다. 항생제를 쓰지 않는 곳이니 전염병을 원천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기에 1천마리 정도의 닭들이 자시들의 세계를 구축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사진 촬영도 송창호 대표에게 부탁해 찍어달라고 한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송상호
"닭은 첫 번째 산란하기 직전이 제일 예쁘러다구요.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르고, 얼마나 예쁜지. 꼭 젊은 처자 같다니께유. 하하하하."그의 말은 '계란으로 보답하는 닭의 보은행위가 더 예쁠 수도 있겠다'는 말인 듯싶어서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 닭들은 '유정란 생산'이 양육 제일 목적이니까.
"닭이 어느 정도 연령대인지 척보면 알아유. 나이 든 닭은 자세히 보면 주글주글하고, 젊은 닭은 피부가 벌써 탱탱혀유. 사람과 똑같다니께유."닭이 2년 정도 나이를 먹으면 산란율이 50%로 저하된다. 털도 빠지기 시작한다. 이때, '강제환우'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닭을 15일 정도 금식을 시키는 방식이다. 죽는 닭은 죽겠지만, 살아난 닭은 다시 털이 난다. 병아리는 4~6개월을 길러야 알을 낳지만, '강제환우' 닭은 60일 정도면 다시 알을 낳는다
그런 '닭대가리'들과 동행하는 이유그는 안성 지역에서 오랫동안 동물병원 원장을 했다. 안성에선 웬만한 사람들은 그가 수의사라는 걸 안다. 그동안 남의 집 동물을 살려주고 살아왔던 게다. 이제는 그가 남의 집이 아닌 '나의 집' 동물과 살아보려는 거다.
처음엔 소를 시작하려다 닭으로 전환했단다. 그것도 유정란을 낳는 닭으로. 그건 오랫동안 수의사를 하면서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양육시스템을 고민해온 결과라고 하겠다. 양육시스템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로 얻어지는 고기든 알이든 사람 몸에 유익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또한 유정란이라고 해서 턱없이(?) 비싸게 받는 일부 대기업의 유통구조에 조그만 대항이라도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그래서 그의 농장은 싸게 판다). 누구나가 몸에 좋은 유정란을 먹을 권리가 있음을 그는 말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도 펼치고, 몸에 좋은 것을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도 있고, 노년에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도 않아도 될 만큼 용돈벌이도 되고, 평생 동물을 대하던 노하우를 이용해서 관련 축산업을 하고 있는 것들이 매우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는 자신의 지난 인생을 바탕으로 그 농장에서 자신의 노년을 재밌게 디자인하고 있는 게다. 그는 "농부는 논두렁에서 죽어야 하듯 자신은 이 일을 하며 죽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