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이 할아버지 청파 윤도균 고희 기념으로 북한산 국립공원 인수봉 암벽등반 성공하고 일행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윤도균
몇 년 전 북한산 산행을 하고 백운대 정상에 오르니 바로 코앞에 인수봉 암벽 등반을 하고 있는 산악인들을 본 적이 있다. 가느다란 로프에 생명을 걸고 매달린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멋있고, 감동적이고, 부럽던지 나도 모르게 '우와'하고 감탄했다. 내 감탄을 곁에서 들은 우리산내음 암벽등반팀 후배들이 "청파님, 인수봉에 한 번 오르고 싶으세요?" 하고 묻는다.
"물론이지, 하지만 그 꿈은 결국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는 격이지"라고 말했을 뿐인데 이 소리를 곁에서 들은 후배들이 한목소리로 "청파님 체력이시면 충분히 인수봉에 오르실 수 있다"는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결국 그 말이 씨가 돼 2008년 6월 24일, 생각지도 않게 첫 번째 인수봉 암벽 등반에 도전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때 내 나이 65세였다.
그렇게 재미를 붙이다 보니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또다시 2010년 9월 5일 두 번째 인수봉 등반에 나섰다. 불과 정상을 코앞에 앞두고 불행하게 갑자기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은 국지성 호우가 세찬 바람을 동반하고 쏟아져 내렸다. 게다가 벼락을 동반한 천둥번개가 연속 우리 주위에서 '우르릉쾅쾅' 뇌성을 치더니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아 자작' 소리를 내며 벼락을 때리는 바람에 자칫 황천길 갈뻔한 순간에 다행히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하산해야 했던 날이 있었다.
그 길로 하산해 우이동에서 뒤풀이를 하다 얼쩡해진 김에 나는 지나는 말처럼 "오늘 실패를 교훈 삼아 2년 후 칠순이 되는데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때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이 우직한 후배 산악인들이 이미 2년 전 농담삼아 한 소리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지난 4월 20일 강원도 화천에 있는 회목봉 산행 때 '청파님 고희기념 인수봉 등반' 날짜를 정하자 고해 얼떨결에 '2013년 5월 12일'로 디데이로 정했다. 그후 내가 산행을 함께하는 '우리산내음' 카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공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