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미산면 백석리 해땅물 자연농장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홍려석 씨
최오균
지난 5월 10일 아침,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 소재 '해땅물 자연농장'에 도착하니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밭에서 홍려석(55) 선생님이 홀로 파프리카를 심고 있었다. 그는 내가 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무아지경에 빠진 듯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사람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일체 잡념을 떨쳐버리고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농장에서 작업을 하는 홍 선생님을 바라보노라면 도를 닦는 수행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텁수룩한 구레나룻을 기르고 야생화가 만발한 풀 속에 파묻혀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꿈이 있어야 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오직 햇볕과 땅과 물로만 10여 년째 농사를 지으며 그의 꿈을 일구어나가고 있다. 원래 그는 농사의 농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어느 대기업의 잘나가는 간부였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창 일을 할 나이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해고를 당하고 나서 처음 1년 동안 그는 충격과 갈등 속에서 방황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방황 속에서 보내던 어느 날, 그는 집 근처에 있는 세 평 정도의 공터를 발견했다. 흙을 만지며 공터에 이것저것을 심다보니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텃밭의 풀 속에서 벌레들이 움직이는 자연의 생태계를 관찰하며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인생을 반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텃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그는 <생태농업을 위한 길잡이>이란 책을 읽게 되었고, 하동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던 조한규 지구촌자연농업연구원 원장의 <조한규의 자연농업>이란 책을 읽으며 풀과 벌레가 공존하는 자연농사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인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저서 <신비한 밭에 서서>란 책을 읽고 나서부터 그는 자연농사를 한번 지어보기로 결심을 했다.
햇볕과 땅과 물로만 농사를 짓는 '자연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