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마친 리투아니아의 풍경은 이제 온통 초록색이다.
배이슬
1시간여를 걸었던 것 같다. 아그네의 집에 도착했다. 집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마당에 강아지(강아지라기엔 너무 큰 성견 셰퍼드)도 키우고, 텃밭도 있고, 넓은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도 있었다. 아그네 강아지 이름은 동가. 동가와 인사를 나눴다.
떠나고 싶어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쓸쓸하다지난 학기에 아그네와 친해져 먼저 여기에 왔었던 한국인 오빠가, 아그네 집은 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내가 가 보니 집은 완성되었는데 한쪽 벽면이 자재의 포장을 뜯어내지 않은 상태였다. 아그네의 부모님은 앞으로 스웨덴에 살 계획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여기의 집을 예쁘게 완성하는 것보다 이주 계획을 세우는 데에 더 골몰하고 계신가 보다.
리투아니아는 주변국가에 비해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자살률도 높고 국민들이 주변의 다른 나라에서 직업을 구하고 싶어한다. 마음이 뭔가 허전했다. 우리는 리투아니아 친구의 고향집에 놀러 오고 싶어 안달했지만 정작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그네의 부모님은 지금 카우나스에 축제를 보러 가셨고, 늙으신 할머니가 계셨다. 아그네의 부모님은 카우나스에 가시고, 아그네는 카우나스에서 우크메르게로 오다니, 뭔가 이상하지만 어쨌든 친구 집에 갈 때는 부모님 안 계신 게 편하긴 하지. 아그네의 할머니는 친할머니가 아니라, 아흔이 넘은, 아그네의 이모할머니라고 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아그네는 할머니에게 카우나스에서 친구들이 왔다고 했다. 할머니께서 내게 리투아니아 말로 말씀을 하셔서 나는 한국에서 왔고 카우나스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로 리투아니아 말로 얘기를 했다. 할머니와 길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