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와 플랜트노조 충남지부가 현대제철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사고현황을 설명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심규상
기사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저는 가슴 한 쪽이 콱 막히는 기분을 느끼며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명백한 살인이다'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장은 정해진 규정을 지킬 조건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부주의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개연성이 있는 곳으로 노동자들을 밀어 넣어버리는 상황이 '사고'라는 탈을 쓴 '살인'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사고 아니, 살인의 표면적 원인이야 복잡하지 않습니다. 작업 규정을 지키지 않은 하청 노동자들이 무리한 야간작업을 진행하다 철수하기 전,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르곤 가스가 투입된 것이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른, 그저 안타까운 사건에 그치는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직원들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겠고, 하청업체 측도 원론적 사과 표명을 하며 기껏해야 벌금 몇 푼 내고, 유족 측에 보상금 쥐여주며 마무리하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명백한 살인사건은 한낱 사고로 그치고, 노동자들의 죽음은 어딘가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실제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화학물질 정보 제공 및 안전교육, 보호구 지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이 발주처와 원청업체의 책임으로 명확히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은 수 년간 벌어진 사고와 관련하여 단 한건의 사법처리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유해위험 현장은 하청업체에서 맡고 있고,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도 하청업체가 고스란히 짊어지는 구조가 이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난해 9월 5일 현대제철에서 철 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던 홍아무개(50)씨가 구조물이 쓰러지는 과정에서 숨졌지만 경찰과 검찰은 하청업체의 담당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1개월 뒤인 10월 9일 크레인 전원 공급 변경을 위해 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김아무개(43)씨가 고압 트롤리바에 감전되면서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같은 달 25일 이아무개(56)씨가 기계 설치 작업 중 4m 아래로 떨어져 의식불명에 빠졌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들 사건 역시 현대제철은 가만히 둔 채 하청업체 담당직원만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7명 사망... 현대제철은 멀쩡, 하청업체만 솜방망이 처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