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자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
재미있는재단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처녀들의 저녁식사>,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마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페이스 메이커>, <청담보살>, <헨젤과 그레텔> 등등….
이 영화들과 관련된 인물, 누굴까. 그는 바로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의 산증인이자, 수많은 영화들의 투자와 제작, 배급에 관여한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다. 지난 달 30일, 신촌에서 진행된 재미있는재단과 <오마이뉴스>가 함께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네 번째 주인공은 영화제작자인 최재원 대표였다.
원래 그는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회사에서 일하던 '금융통'이었다.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최 대표는 김대중 정부 당시 영화관련법 개정 과정에 투자조합관련 자문을 하면서 당시 몸담고 있는 벤처 회사에 '문화산업투자조합'을 결성했고, 그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그는 40여편의 투자를 진행했으며, 전문제작사 대표와 영화배급회사 대표를 거쳐 지금은 독자적인 영화사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나에게 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을 꾸는 것입니다."이날 무대에 선 최 대표의 첫 마디였다. 아니 '영화가 내가 꿈꾸던 것'이 아니라 영화가 단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라니…. 그의 첫 마디는 이날 그가 한국영화에 대하여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었다.
더구나 작년 추석시즌에 개봉한 <광해>부터 <7번방의 선물>까지…. 두 편이나 천만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의 전성기에 나온 말이라, 의외였다. 그는 '꿈을 꾸기 위한 도구로서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대표적인 제작 영화인 <착한놈, 나쁜놈, 이상한 놈>(<놈놈놈>)에 대한 회고로부터 시작했다.
"<놈놈놈>은 한국영화산업 구조를 바꿔보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놈놈놈>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실패한 영화다. 아시아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간 점이 실패였고, 촬영현장을 세밀하게 확인하지 못해 닥친 재정위기에 대한 대처가 실패였고, 현장에서 사고로 동료(무술감독의 교통사고사)를 잃은 것이 실패였다고 했다.
영화산업 측면에서 실험적인 영화, 스텝 모두가 깊은 애정을 쏟아 탄생한 극한의 결과물이 <놈놈놈>이라고 했다. 시사회에서 배우 김혜수가 한 말 "영화가 미쳤어요"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만큼 그에게 많은 경험을 준 영화가 <놈놈놈>이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결국 한국영화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영화의 간략한 역사, 70년의 황금기와 지방극장에서 제작비를 대부분을 충당하던 '단매' 방식의 시대, 국장중심의 배급망 형성시대를 거쳐 지금의 대기업 중심의 '유통사'전성시대까지. 결국 영화는 영화인들의 시장이 아니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사'의 리그라는 말로 이어졌다. 유통사와 배급사가 기본적으로 60% 가까이를 먼저 제하고 나머지를 가지고 역시 대부분 대기업인 투자사와 배우, 제작사가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 현실이니, 허울만 좋지 영화인은 영화시장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3000개에 달하는 영화제작사 중 1년에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가 30여개, 그중에 조금이라도 수익을 거두는 영화사가 반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물론 영화사는 제작기간 동안은 운영비가 나오긴 하나)이 한국영화계라고 한다. <놈놈놈>은 결국 이러한 현실을 대체시장(외국)에서 돌파해보고 싶었던 이들이 꾸었던 꿈이었고, 이것은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미국시장에서 <놈놈놈>은 아시아 배우들의 서부영화 흉내내는 '아트영화'로 받아들여졌다고 이야기했다.
영화는 경기에 역행하는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