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려면 감방 보내야"

[현장] 경제민주화 논쟁, 보수·진보 총출동... 최장집-송호근-김상조 등 '맞장'

등록 2013.05.10 18:39수정 2013.05.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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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사회학회 주최로 열린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서 최장집 고려대 교수, 송호근 서울대 교수 등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사회학회 주최로 열린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서 최장집 고려대 교수, 송호근 서울대 교수 등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시연

경제민주화 논쟁에 보수-진보가 따로 없었다. 여야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 학계 등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주도해온 '거물'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1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사회학회(학회장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주최로 열린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 토론회는 말 그대로 '각축장'이었다. 여야 정치권을 대표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대기업과 노동계를 대변하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 부회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등 이해 관계자들이 빠짐없이 참석한 것이다.

학계에서도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비롯해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한때 박근혜 인수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까지 중도·진보성향 학자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놓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서로 얼굴을 맞댄 건 드문 일이다.

이날 축사를 맡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무서운 분들이 많이 왔다"면서도 "행사 주제가 모든 걸 아울러 모나지 않은 토론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현재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취지에는 대부분 패널들이 공감했지만 그 원인 분석이나 해법에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비정규직 등 사회양극화 문제에 있어 대기업 노조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의견차가 뚜렷했다.

"경제민주화는 신상필벌... 재벌총수도 감옥 보내니 정규직 전환"

우선 최장집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정치 민주화의 핵심 요소"라면서 ▲재벌 특혜 제한과 중소기업 보호 등 재벌개혁 ▲노동자 결사의 자유 등 노사관계 민주화 ▲복지 확대와 노동력 공급 차원의 교육 등 3가지를 핵심 이슈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재벌에 사회자본을 집중 지원해 성장의 견인차로 하고 노사관계에서 노동자를 배제하는 박정희 성장모델은 정치적 권위주의에서는 가능했지만 민주화되면서 수정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일방적인 재벌 특혜 지원을 중단하고 기업도 법 지배하에서 자율성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교수는 "노조 조직률이 10% 수준에 그쳐 실질적 결사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다"면서 "노사관계 민주화를 통해 기업이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노사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상조 교수 역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 된 이유는 대기업 성장 과실이 중소기업과 국민경제로 빠르게 확산된다는 박정희 시대 낙수 효과가 90년대 초부터 실종됐기 때문"이라며 "경제민주화는 이미 사라진 낙수효과 성장모델을 극복하고 재벌 개혁에서 출발해 하도급 중소기업,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로 상징되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 원칙은 규칙을 지키는 사람에게 보상하고 안 지키면 벌을 주는 신상필벌 원칙"이라면서 "재벌총수를 (경제민주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감방에 쳐 넣는 것"이라며 한화, SK 등 정규직 전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아울러 재계에서 주장하는 경영권 위협론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 (오너가) 감옥에 가거나 부도가 나기 전까지 경영권 잃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경영권 위협 너무나 부족한데 이를 내세워 경제민주화 제동을 거는 논리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벌도 문제지만 강성 노조도 경제민주화 막는 주범"

이에 송호근 교수는 "기업의 '일자리 만들기'와 정부의 '일자리 지키기', 노동자의 '일자리 나누기' 3가지가 서로 원활해야 복지의 가장 큰 목표이자 원동력인 '고용 안정'이 이뤄진다"는 '일자리 정치'를 강조하면서 "재벌의 소유구조, 금산분리, 순환출자금지, 총수일가의 윤리경영 및 처벌조항 강화 등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대기업의 시장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성장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이념적 잣대를 앞세운 '분노의 정치'를 경계했다.

아울러 송 교수는 "양극화는 재벌도 문제지만 강성 노조도 경제민주화를 막는 주범"이라면서 "경제민주화의 두 주역은 재벌대기업 고용주와 노조인데 서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부딪혀 안 되고 있다"면서 대기업 노조와 민주노총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김유선 소장은 "민주노총과 대기업 노조가 동네북인가"라면서 "잘못한 게 있어도 주-부가 갈려야 하고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 노조가 몸 사린 죄는 있지만 주된 원인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런 일부 시각차에도 최근 정치권에서 진행하는 경제민주화 정책 법제화에는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특히 최장집 교수는 "그동안 정치권의 보수-진보나 좌-우 대립은 남북문제, 민주-반민주 체제 논쟁 같은 진영 논리에 집착했다"면서 "경제민주화 이슈는 이런 정당간 경쟁과 갈등을 사람들의 실제 사회경제적 삶의 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변화시켜 이념 대립의 강도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김상조 교수는 "재벌대기업의 잘못된 행위를 사후 제제만 하고 지배구조에는 손 안대겠다는 박근혜 공약은 많은 한계가 있지만 자기가 공약한 것이라도 제대로 하면 된다"면서도 "법치로 안하고 수첩에 의존하는 인치로 흐르게 되면 결국 관료와 재벌의 조직적 저항에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최장집 #경제민주화 #김상조 #송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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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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