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꽃
유혜준
봄이 가고 있다.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가는 봄은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그 흔적은 오래 가지 않는다. 어느 사이엔가 흔적도 사라지고, 깊어가던 계절은 여름으로 바뀐다.
7일 오후, 죽암천 조팝나무 꽃길을 걸었다. 죽암천은 군포시 대야동에 있는 생태하천이다. 그 길옆으로 조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것을 확인한 건 지난 1일이었다. '근로자의 날'인 그날, 하필이면 인터뷰 약속이 잡혔다. 화창한 봄날이었고, 약속장소는 반월호수 옆의 카페였다.
우리 집에서 약속장소까지 거리는 어림잡아 3km 남짓. 대략 4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버스를 타려면 대야미역까지 가서 반월호수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야 하지만, 걷기로 했다. 햇빛 좋은 봄날, 농촌 풍경이 펼쳐지는 대야미를 걷는 건 기분 좋은 일 가운데 하나렸다.
걸었다. 그리고 조팝나무 꽃길을 발견(?)했다. 하얀꽃이 화려하게 피어난 꽃길이라니,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건 기본이다. 몇 백 미터 이상 이어진 꽃길을 보면서 저 길을 한 번은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그렇듯이 그런 생각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팝나무 꽃길을 일깨워준 이가 있었다. 고양누리길을 걷고 돌아오던 지난 3일, 전화를 받았다. 우리 동네 동장님. 우리 동네는 군포시 대야동. 대야동장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