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청 앞, 골프장 반대 주민 노숙농성장. 정면에 노숙 83일째를 알리고 있다.
성낙선
강원도 홍천군청이 골프장 반대 주민들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문제가 되고 있는 골프장들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사를 즉각 중단시키고 공사장 내 훼손된 묘지를 복원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홍천군청은 "주민들이 군청의 권한을 넘는 즉각적인 전면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원도청은 지난해 12월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내 골프장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도 홍천군에서는 이 문제가 좀처럼 해결이 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군청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고소하고 고발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아, 문제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천군의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지난 2월 14일부터 50여 일 동안 군수 부속실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다. 그리나 홍천군청은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주민들은 4월 4일부터는 아예 군청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강원도청에서 406일 동안 계속된 노숙농성을 끝낸 지 넉 달여 만에, 다시 노숙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홍천군청은 지난 4월 20일 새벽 주민 노숙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이유는 "노숙농성장이 또 다른 주민 민원을 야기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농성장을 다시 설치했다. 주민들의 노숙 농성은 83일째를 맞고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농성을 절대 풀지 않겠다는 의지다.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주민들의 항의도 격해졌다. 홍천군청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주민들의 항의에 고소와 고발로 맞대응했다. 홍천군청은 지난 3일 밤 당직 근무 중인 공무원을 폭행한 혐의로 이아무개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27일에는 주민들이 공무원을 "감금하다시피 한 사건 등 위법 행위가 있었다"며 길아무개씨 등 4인을 고소했다.
홍천군청의 고소 고발에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행 문제'를 부각시켜 주민들의 골프장 반대 활동 자체를 불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홍천군이 말하는 공무원 폭행 사건은 "이씨가 만취 상태에서 몸싸움을 하던 중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며, 공무원 감금 사건은 "(마을의 한 민가에서) 밤새 대화를 하다 새벽에 공무원들이 돌아가는 걸 잠시 붙잡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필홍 홍천군수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 행위로서 경찰에 고발 조치할 것"임을 밝혔다. 허 군수는 또 "주민들이 노숙농성장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 또한 7일 기자회견을 갖고, 허 군수에게 "골프장 공사 즉각 중단"과 "주민들에 대한 고소 고발 취하"를 요구했다. 홍천군과 주민 간의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