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충남 당진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원형(돔형) 저장고에 제철 원료인 철광석이 쌓여있다.
원형 저장고는 철광석 원료가 비를 맞을 때 발생하는 산화물 침출수로 인한 수질, 토양오염 방지하기 위해 지은 시설이다.
유성호
원료 및 제품 수송 문제 때문에 통상 바닷가에 위치하는 제철소는 대표적인 환경오염 유발 공업 중 하나로 꼽힌다. 야적장에 쌓아놓은 제철 원료인 고철에서 발생한 쇳가루나 미세한 비산먼지가 인근 거주지로 날아가기 일쑤고 원료가 비를 맞는 날에는 산화물 침출수가 발생해 수질·토양오염을 발생시키기 때문.
날리기 쉬운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원료로 쓰는 일관제철소의 경우 환경오염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진다. 이날도 당진제철소에는 간간이 해풍이 불었다. 환경의식이 높아진 요즘 제철소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진 이유다.
2006년 준공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역시 건립 초기부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상규 현대제철 제철기획실장은 "환경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이나 제조업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기간은 철강 역사에 비해서는 매우 짧다"면서 "선진국에도 환경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포스코만 해도 거의 환경 생각 안하고 지은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제철소를 세울 때 친환경적 오염방지 시설에 신경을 많이 써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수조 원이 드는 공장에 검증되지 않은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고민하던 친환경 설비 도입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제철 원료를 보관하는 밀폐형 저장시설을 따로 짓기로 결정한 것. 그는 웃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 많은 제철 원료를 지붕 밑에 가둔다? 이게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아이디어에요. 당진제철소 기공식 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왔었어요. 그래서 친환경 측면에서 내세울 게 없을까 하던 차에 정몽구 회장님이 뚝심으로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를 해버리셨어요. 엔지니어링 검토가 덜 끝난 상태였지만 회장님이 발표했는데 어떻게 해요. 해야지."현대제철은 철광석과 함께 원료로 쓰이는 석탄 저장고도 따로 만들었다. 7개의 돔형 창고에 보관하는 철광석과는 달리 석탄은 너비 98미터 높이 51미터, 길이는 635미터인 선형 창고 4동에 나눠 보관한다. 각각의 밀폐형 저장시설에는 30일~35일치 원료가 담긴다. 제철소를 통틀어 원료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기왕 친환경 설비를 구축하는 김에 운반 과정 중에 원료 먼지가 날리는 것도 방지하기로 했다. 원료 운반선에서 철광석 가루를 하역하는 단계서부터 측면부와 하단부를 막은 운송용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하도록 운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컨베이어 벨트 길이는 현재 약 35km. 완공하면 총 길이 60km의 밀폐 컨베이어 벨트가 제철소 곳곳에 원료를 운반할 예정이다.
7000억 원 투자한 친환경시스템... 경영 측면에서도 '이득'현대제철이 7000억 원을 들여 만든 밀폐형 원료처리시스템은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이득이었다. 원료의 적치 효율이 평당 32톤 수준을 높아지면서 원료 저장 부지의 면적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당진제철소는 원료를 개방형 부지에 쌓아놓는 타 제철소에 비해 40% 면적만 있으면 원료를 보관할 수 있다. 공간이 한정적인 제철소 부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비가 내리더라도 원료가 젖을 일이 없으니 기상이 나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던 추가 연료비도 줄어들었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달성한 원가 절감량은 약 5750억 원. 대부분이 원료 부문의 비용 절감이었다.
이승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홍보과장은 "개방형 부지에 원료를 저장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많게는 전체 무게의 14% 정도 수분을 머금게 된다"면서 "밀폐형 저장 방식은 6~8% 수준으로 수분이 유지되기 때문에 연료비가 줄고 바람에 날려서 유실되는 원료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득은 친환경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큰 반발 없이 빠른 시간 내에 애초 계획대로 제철 시설을 차근차근 늘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기공식을 한 지 39개월 만인 지난 2010년 4월에 제 1고로를 가동하며 연간 4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더니 그해 11월에는 제 2고로를 완성했고, 올해 9월에는 제 3고로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철강사에 유래 없는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 20위였던 철강 생산능력 순위도 10위 수준으로 껑충 뛸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내년부터 연간 2400만 톤의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고급 강종인 자동차 강판 및 조선용 특수 강재를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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