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는 5월은 신록(新綠)의 계절이다.
정연화기자
이 시기에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한다. 농촌에서는 묘판에 모가 한창 자라며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또 해충이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면서 풀 뽑기에 부산해진다.
입하는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과거 재래종 벼로 이모작 농사를 지을 적에 이 시기 농부들은 써레(갈아 놓은 논이나 밭의 흙덩이를 바수거나 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데 쓰는 농기구)를 사용해 모판을 고른 뒤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들었다. 여기서 나온 속담이 바로 "입하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이다. 입하가 다가오면 모심기가 시작돼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를 싣고 나온다는 뜻이다. 이렇듯 대개 우리나라 전통 농사법은 세시절기에 따라 농사일의 시기를 가늠한 예가 많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속담으로는 "입하 바람에 씨나락(벼의 종자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몰린다"가 있다. 이 시기엔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고 물을 대놓는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볍씨들이 한쪽으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입하의 바람은 반갑지 않다. 이럴 경우 못자리 물을 빼 볍씨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 이처럼 입하는 곡우와 함께 농사에서 중요한 절기다.
한편 이 무렵에 물을 잡으면 약 한 달 동안 가두기 때문에 비료분의 손실이 많아 농사가 잘 안 된다는 뜻의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라는 속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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