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조금은 쑥스러워 합니다.
한명라
이번에는 저에게 달려온 누렁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보니 목걸이를 했습니다. 제법 자라서 새끼 강아지의 모습을 벗어낸 누렁이에게 주인 아저씨께서 선물을 하였나 봅니다. 비록 새끼강아지의 모습을 벗었다고 해도, 누렁이는 여전히 모든 것이 알고 싶은지, 호기심 많은 표정으로 과수원과 텃밭 이곳저곳을 누비기도 하고, 돋나물을 뜯는 저의 곁을 서성이며 함께 놀아달라고 애처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누렁이와 한참을 놀아주다가,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한다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올 채비를 하면, 누렁이는 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금세 새초롬해 하는 표정을 짓는 까닭에 저의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누렁아~ 잘 지내고 있어~ 다음에 또 올게~"아쉽게 저의 발걸음을 몇번 옮기다가 뒤돌아 보았더니, 그곳에 누렁이 또한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언제든지 텃밭에 가서
"누렁아~"하고 부르면, 이웃 단감나무 과수원에서 저를 기다렸다는 듯 망설임없이 달려 와 반겨주는 누렁이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누렁이처럼 나를 아낌없이 반겨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