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노동자 309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서비스직 감정노동자의 26.6%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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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음료 시켜놓고 음료가 나오니 차가운 음료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제 상식으로는 이해 안 되는 손님들 많죠."
최근 대기업 임원이 승무원을 폭행하고, 중소기업 회장이 호텔 도어맨을 폭행한 사건이 기사화돼 감정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고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루 10시간을 서서 일하며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문아무개(26)씨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다고 했다. 그는 "커피 매장이 백화점에 소속돼 있다 보니 한 사람 당 상대해야 하는 손님이 너무 많다"며 "나이가 지긋한 손님들은 무조건 반말을 한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손님이 '태도가 불량하다'며 시비를 걸어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하기도 했다고.
20년 가까이 은행 업무를 맡아왔던 김아무개(53)씨는 30년 전 자신의 텔레마케터 시절을 떠올리며 "그 당시에 돈을 입금하라며 돈을 집어던지는 사람도 있었다"며 "요새는 그렇게 까지는 못하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선 '고객이 잘못했더라도 무조건 내 잘못이다라고 생각해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며 "그 당시 '고객이 왕이다'라는 경영방침이 지금까지 악순환이 될지는 몰랐다,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항공사 승무원인 송아무개(26)씨는 "이착륙 시 전자기기 사용제지를 할 때마다 이행하지 않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늘 웃음으로 응대해야 할 때마다, 내가 간절히 원해서 시작한 일이고 자랑스럽게 일하고 싶은 일임에도, 너무 힘들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끔 외국관광객이 음료 리필을 무리하게 계속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심한 경우는 단체 가족끼리 오셔서 비행기 좌석이 다르게 배치될 때 버젓이 그 자리에 앉아서 자리를 예약한 손님께 바꿔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미소'와 '친절'만 강조... 하루 12시간 이상 서서 일해 백화점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아무개(25∙학생)씨는 "매장 내 교육을 받는데 환한 미소와 친절을 강조한다"며 "'불합리한 경우에도 친절로 대응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에 매출에 부담을 크게 갖지는 않지만 매장 매니저는 아침마다 회의를 하고 올 때마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매장을 내줘야 한다며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손님이 없을 때는 매장에 좀 앉아서 쉬고 싶은데 백화점의 이미지 때문에 하루 12시간 이상 서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 본사 직원이 옷을 사는 고객으로 위장해 매장 직원들의 고객 응대 태도를 점검할 때 직원들이 받는 고충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용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머리모양이나 메이크업을 구상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통 2~3시간 이상이 걸린다. 미용인 이아무개(30∙헤어 디자이너)씨는 "미용실의 구조적 시스템이 미용인 1인당 2~3명의 손님을 상대하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의 머리 손질 하는 것이 내 일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지만 손님들이 우리를 전문직으로 생각해 주지 않고 서비스직종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속상하다"며 "간혹 손님들 중 몇 명이 '미용실에 마실 만한 주스가 없다, 얼른 가서 사가지고 와라'고 하면 머리를 손질하다가 바로 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감정노동'이 주는 스트레스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위가 높다.
"직무 스트레스, 기업 차원에서 대책 마련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