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이 끝나는 곳저만치 텃밭의 입구가 보입니다.
한명라
은은한 향기로 그 돌담길을 지나는 저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던 으름꽃은 이제 비록 꽃잎은 지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 향기는 남아 있습니다. 으름꽃이 지고 나면 곧 바로 자신의 향기를 채우겠다는 듯 아카시아꽃이 꽃봉오리를 맺어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사한 싸리꽃도 그 돌담길 주변을 여기 저기 아름답게 수놓고 있고, 주인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밭에는 금낭화가 활짝 피어 그 곁을 지나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텃밭을 일구던 사람들이 밭에서 발견된 돌맹이들을 옮겨와 하나둘 쌓아 오랜 기간에 걸려서 만들어졌을 돌담길. 그 길을 걷다보면 세상의 온갖 어지럽고 골치 아픈 이야기들조차 말끔하게 잊게 하는,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돌담길을 오르다보면 이마에 잠깐 땀이 맺히기도 하고, 가쁜 숨을 내쉬게도 하지만 그것 마저도 기분좋게 상쾌한 기분으로 바꾸어줍니다.
그 돌담길에서 즐거움은 저 혼자만이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잠시 쉬었다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