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성수점에서 자동차용품과 조명기구 진열을 담당하고 있는 문동석(26세)씨는 올해 8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달 초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학비 마련을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한 문씨는 6개월 여 만에 안정된 직장까지 얻게 돼 취업준비 중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남소연
문씨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대학 4학년으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학업을 하면서도 계속 일해 학비를 마련했다. 다소 전공과 동떨어진 일인데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처음부터 한동안은 계약기간 동안 일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러 나갈 생각이었다"며 "그러다 정규직 전환 소식을 들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취업하기도 정말 어렵고 정규직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주변에 졸업해도 취업 못한 친구들이 많아요. 그걸 보면서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은 부러워하기도 하고 응원도 많이 해줬어요. 잘 됐다고... 정규직이 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다른 것도 있지만 신세계 이마트라는 큰 기업에 직원이 됐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는 거예요. 전에는 이마트에서 일은 하지만 이마트 직원이 아니었잖아요. 이마트 직원이 아니니까 시킨 일만 했는데 지금은 매출이 오를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어요. 애사심이 늘었죠.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셨는데, 학자금 대출 받은 것도 조금씩 상환할 수 있고 잘 됐다고 생각해요." 그는 정규직 전환 이후 업무 변화를 묻는 질문에 "전에는 같이 일을 해도 팀장님이 제가 다른 업체니까 지시하는 거나 업무에서 어려워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소통하는 게 편하다"며 "불편한 점이 있어도 전에는 제가 속한 업체 쪽에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바로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지급된 첫 정규직 임금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한 달 분이 다 들어온 게 아닌데 괜찮을 것 같다"며 "하도급업체에 있을 때는 시급으로 받았는데 여기서는 기본급이 있고 월급으로 바뀌니까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마트 직원 중에 비교적 젊은 층인 문씨에게 이마트가 정규직 전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과정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직원사찰·노조탄압 등 많은 뉴스가 쏟아진 만큼 그도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며 "그 일이 있은 후에는 사원들 고충을 처리해 주는 일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인력 감소 문제에 대해서도 "인원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같이 일했던 분들과 계속 같이 하고 일도 익숙해져서 크게 힘든 건 없다"며 "정규직 전환이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조금 더 진행하면서 문제가 있을 때 개선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가 전에 물류센터에서 택배 승하차 일도 하고 유통 쪽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어떤 일을 해도 계약 기간 전 중간에 그만 둔 적은 없었어요. 그런 경험을 해서 이마트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길게 보고 있어요. 오래 회사를 다니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준비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전문직 2직군인데, 오래 열심히 일하면 다른 업무도 할 수 있고 처우도 좋아지고, 그러면 좋겠어요.""직원들 만족도 높아지고 있다, 신뢰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마트 측은 정규직 전환 이후 한 달 동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있었다고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예전에 도급업체로 운영할 때보다 이직율이 급감하는 등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직원 전체가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5월 1일 자로 2100여 명 판매전문사원(SE)의 정규직 전환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전환으로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 영업 관련한 거의 모든 직원이 정규직 사원이 된다"며 "모두가 같은 회사의 구성원이 된 만큼 다 함께 노력해서 고객에게 더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노동조합은 이러한 정규직 전환 효과에는 공감을 표했다. 전수찬 이마트노조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선은 고용이 안정돼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게 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와 안정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여성 주부사원이 많은데 의료비 혜택이나 직원 할인에 대한 부분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 위원장은 "몇 가지 지점에서 아직까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장에서 일하는 가전 A/S 기사들의 경우 상당한 전문성이 있음에도 그동안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곧 정규직 전환이 되는 판매전문사원들도 같은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최근 단체협상 자리에서 제기했으나, 회사 측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회사가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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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대규모 정규직 전환 한 달 "정규직 된 기쁨? 쇼핑할 때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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