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현실 척박... 시민참여기반 마련돼야"

시민참여연구센터, '과학의 달' 보내며 과학문화 확산 위한 과제 제시

등록 2013.04.30 17:29수정 2013.04.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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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참여연구센터 소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시민참여연구센터 소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장재완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는 과학자와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시민참여연구센터'가 4월 과학의 달을 보내면서 척박한 과학문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올바른 과학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과제를 제시했다.

시민참여연구센터는 30일 '4월 과학의 달을 마감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과학의 달 4월 한 달 동안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과학행사들이 진행됐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행사 속에 과학의 향기는 없었다, 마흔여섯 번째 과학의 달을 보냈지만, 우리나라 과학문화의 토양은 여전히 척박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어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고, 대통령은 '상상력과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정작 상상력 및 창의성, 나아가 창조경제에 대한 사회적 토대를 형성하는 과학문화에는 관심 없이 경제적 성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특히, 규모가 큰 과학기술 전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했지만, 과학문화와 과학기술의 사회적 토대 강화 업무는 여전히 미미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은 아직까지도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남아있다"며 "과학기술의 영역에서는 유독 '시민'은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소비자'만 존중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수동적 존재로만 취급되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상상력과 창의성의 발현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기술을 만나고 활용하고 과학기술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지적과 함께 이들은 올바른 과학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파행 위기에 있는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을 시작으로, 과학기술과 시민이 만나 창의적 문화를 싹틔울 수 있는 새로운 과학문화 공간의 창출과 확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전시는 과학의 도시 대전의 상징인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을 놀이시설과 상업시설이 주를 이루는 '롯데복합테마파크'로 조성하려고 롯데그룹과 손을 잡고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시민참여연구센터는 "대덕연구단지가 대전에 자리 잡은 지 35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대덕연구단지는 지역과 동떨어진 '섬'으로 남아있다"며 "이는 시민과 동떨어져 있는 우리나라 과학기술문화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대덕연구단지 및 과학기술문화에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엑스포과학공원'인데, 대전시는 이 공간마저 경제적 관점에서 개발하려고만 하고 있다"며 "엑스포과학공원은 과학기술과 시민의 자유로운 만남의 창구로, 또한 창의적 과학기술문화가 싹트고 지속적으로 자라나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두 번째 과제로서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책임성 있는 연구개발과 결과물의 사회적 활용, 전문지식을 활용한 사회적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인 사회적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이 밖에도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소외되어 온 시민들이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및 제도적 기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과학문화 창출 및 확산을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 정책 수립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 기반의 확보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끝으로 "과학문화의 확산과 시민참여 확대, 정부 주도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감시 및 견제와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 내에 과학기술 전문기구의 설립을 제안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시민참여연구센터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4월, 과학의 달을 마감하며
'뿌리 깊은' 과학기술 문화를 위한 사회적·정치적 과제를 제안한다.

1. 창조경제와 패러다임의 전환

과학의 달 4월에 '창조경제' 논란이 뜨거웠다. 정치권은 물론 산업계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다뤄졌지만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대통령을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장차관까지 나서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추격형 경제로부터의 탈피 필요성을 언급하고, 구체적 모델로 이스라엘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대부분의 설명이 모호하기만 하다.

경제규모 15위, 무역규모 8위, 과학경쟁력 5위, 기술경쟁력 14위. 세계 속의 대한민국 현주소다. 모방 위주 기술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인식변화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분명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 진정한 패러다임 전환은 관점의 변화를 기본으로, 목표의 수정과 수단의 변경, 나아가 관심사의 범주와 현실을 해석하는 기준 및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미래부 정책은 여전히 산업과 경제 위주의 성장주의 관점과 이의 달성을 위한 기존 정책요소들의 재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4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인 한마음대회의 박근혜 대통령 축사 중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과 창의성'이란 언급이 눈길을 끈다. 미래부가 놓친 중요 시사점이 그 속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경제·기술적 수준에 걸맞게 창의와 혁신을 밑천으로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오히려 '창조경제'에 담긴 경제 중심 가치를 내려놓고, 상상력과 창의성 발현을 돕는 사회문화적 환경 조성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과 시장, 일자리 창출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다양한 열매들 중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2. 뿌리 내려야 할 과학기술

과학기술에서 창업과 혁신으로, 다시 경제로 이어지는 정책 마인드는 해묵은 선형적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이런 정형화된 틀 바깥에서 이질적 사회문화 요소들의 충돌 속에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발현된다. 경제적 성과를 최고 가치로 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효율성과 속도의 논리에 창의성이 질식될 수밖에 없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꽃이 좋고 열매가 많다." 열매를 얻겠다고 꽃 달린 가지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의 발현을 위해 우리가 시선을 돌려야 할 곳은, 그렇기에 오히려 경제가 아닌 과학기술적 문화의 토대인 것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통찰 없는 상상은 공상에 지나지 않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발상들이 맞부딪히지 않고서는 창의가 꽃피지 못한다.

과학의 달 4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과학문화행사를 표방하며 다양한 경진대회와 체험행사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사들이 의례적 기념행사에 머물고 과학기술문화의 성숙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해진 방식으로 만들고 작동 결과에 따라 순위를 정하는 행사에서 남는 것은 단지 수상 여부일 뿐이다. 체험·견학행사 또한 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기회가 되기보다 단체나 기관 홍보와 성과 자랑에 머문다. 이런 행사들에서 과학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선 느낌, 과학이 우리 삶으로 한층 다가온 느낌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일반인들에게 과학기술의 의미는 누군가에 의해 제공된 것을 잘 수용하는 것이며, 과학기술 행위란 자신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이란 인식을 재확인하게 할 따름이다.

3. 문화적 토양 강화를 위한 과제

과학기술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에 연구기관들이 자리 잡은 지 35년이 흘렀다. 그러나 대덕연구단지는 여전히 지역에 융화되지 못한 채 '동떨어진 섬'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문화 현실이 이보다 더 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있을까? 대덕연구단지에서 국립중앙과학관과 더불어 일반시민들이 편하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바로 엑스포과학공원이다. 그러나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몇 차례 활성화 계획의 좌초를 겪었고, 지난해 롯데 복합테마파크 조성 관련 논란에 이어 올해는 미래창조과학산업단지 조성과 기초과학연구원 이전 논의가 불거지며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런 방안들은 모두 엑스포과학공원의 조성 취지와 지역특성, 주변여건을 무시한 개발 관점의 빗나간 계획일 뿐이다. 엑스포과학공원이 박제화된 전시·홍보 공간이 아닌 과학기술과 시민의 자유로운 만남의 창구로, 또한 창의적 과학기술문화가 싹트고 지속적으로 자라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전시,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문화의 기반 강화에 정부·지자체 뿐 아니라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책임과 역할 또한 중요하다.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새로운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고,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해결해 할 새로운 과제들도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회적 소통 필요성을 간과한 채, 정부·민간기업 등 연구비 지원 주체만을 어쩔 수 없는 소통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드물게 발생되는 일반인과의 공개적 소통에서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들거나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한 장점과 정당성만 내세우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길 기피하고, 특히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선택한다. 결국 과학기술을 사회와 동떨어진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데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카르텔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성에는 항상 그에 맞는 책임성이 따른다. 과학기술 전문가들 또한 연구개발 결과의 사회적 활용과 전문지식에 기반한 자문활동 등 다양한 방법의 사회적 기여 방안을 이제 모색해야만 한다.

과학기술 영역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참여 또한 다양한 형태로 보장되어야 한다. 시민들을 기술홍보의 대상이나 제품소비의 주체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술영향평가, 합의회의 등의 시민참여 제도가 국내에서도 시도된 바 있으나 아직 안착되지는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와 시민의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과학상점 활동 또한 전문가들의 사회참여 부재 현실에 부딪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술의 활용이나 거시 기술전망 혹은 정책수립 등의 범주를 넘어 구체적인 연구의 기획과 수행에 있어서도 시민참여를 도입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실적인 활용 적합성을 제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참여의 확대와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및 기회 마련과 함께 전문가들의 자세 전환과 지원 또한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만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 발굴과 마스터플랜 수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과학기술의 성과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국민들의 창의성이 자유롭게 발현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계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과학문화와 관련된 정부의 업무는 과학관 운영, 과학의 날 등의 행사 추진, 과학기술 관련 단체에 대한 지원 정도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문화 육성을 추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변변한 법적 토대조차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과학문화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관심 수준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회 차원의 제도적 기반 또한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과 시민참여의 필요성이 커지는 현실에 맞추어, 과학기술 문화의 확산과 시민참여의 확대, 과학기술에 의한 또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 및 이슈에 대한 개입과 중재, 그리고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및 투자 방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한 국회 내 과학기술 전문기구의 설립이 절실하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영국, 덴마크 등의 나라에서 과학기술국, 기술영향평가위원회 등의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바람직한 국내 모델을 정립하고 관련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활동을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2013. 4. 30
사회적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참여연구

#과학의달 #시민참여연구센터 #과학문화 #엑스포과학공원 #대덕연구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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