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의 안다만 피피섬. 쓰나미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 모습이다.
홍성식
색깔 근사하기로 치자면 태국과 인도 사이의 바다인 안다만(灣)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피피섬이다. 한국 패키지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높은 곳이라, '남들 다 가는 거기가 뭐 대단하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일대 바다는 왕조시대 청옥을 수만 보따리 빠뜨린 것처럼 맹렬한 코발트블루 색채를 띤다.
2006년과 2011년에 가본 피피섬. 첫 번째로 그 섬을 여행했을 때는 태평양 일대를 폐허로 만든 쓰나미의 상처가 채 여물기 전이었다. 수십m의 파도에 휩쓸려 가버린 조그만 호텔과 생활기반 시설을 복구하며 땀을 흘리는 사람들.
그럼에도 관광객이 뿌리는 돈에 경제가 좌우되는 나라(태국)인 터라 여행자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유람선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죽은 사람은 안 됐지만, 바다가 한번 휙 뒤집혀서인지 색깔은 더 멋지네." 그 말에 바다 빛깔에 감탄하던 마음 한켠이 무너졌던 기억. 모든 여행자가 철든 교양인은 아니다.
석양이 아름다운 해변이라면 인도의 베나울림
일출이 희망과 다시 시작함의 은유라면, 일몰은 스산한 낭만과 적멸의 메타포다. 해서, 낙관적인 인간들은 일출에 감동하고, 비관과 냉소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일몰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 난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인도를 홀로 여행했던 2006년. 저녁 무렵 지는 해, 석양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고아(Goa)에서 보름쯤 머물렀다. 그 붉은빛이 '사람의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든다'는 아라비아해의 석양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명불허전(名不虛傳). 과연 그랬다. 거기 머문 보름 동안 해질녘만 되면 석양빛에 감동한 심장이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