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악동 삼총사, 누군지 아십니까

<오마이뉴스> 전국 투어- 강원도편, 생각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등록 2013.04.28 18:04수정 2013.07.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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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마이뉴스>가 2013전국투어를 시작했다. 지난 2005투어를 시작으로 네번째 열린 행사다. 서울 상근기자와 지역 시민기자들의 만남이고, 그 만남을 통해서 진지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중요한 투어다. 지역의 중요한 현안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국 독자에게 알리는 시민기자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과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더 다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2013 전국투어, 봄과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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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전국투어 강원도 정선에서 아침 식사 후 기념촬영 ⓒ 이종득


그 첫 번째로 강원도가 선택되었다. <오마이뉴스>는 왜 강원도를 그 첫 번째 순서로 시작한 것일까. 아닐 수도 있지만, 굳이 억지로 그 의미를 붙인다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강원도는 이제 서울에서 먼 곳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선이다. 그곳은 멀었다. 서울에서 4시간 거리요, 화천(신광태 기자)에서 4시간 거리가 정선이었다. 기자가 사는 홍천에서도 2시간 거리다. 며칠 전부터 솔직히 고민했다. 갈까, 말까. 기획기사를 쓰라는 편집부 전화를 받았고, 썼다. 그럼, 내 역할은 다 한 것 아닐까. 그러나 투어에 참여하여 토론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던가. 내가 없어도 잘하겠지만, 뒤풀이 시간에 그래도 억지를 부리면서라도 편집부 상근기자를 괴롭히는 역할은 강원도에서 내가 적임자가 아니던가.   

그래서 허리가 아프고,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는 주제에 참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운전까지 하면서 갈 생각을 하니 답답하였다. 문득, 화천에서 참석하는 신광태 기자에게 신세를 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천에서 정선에 가려면 어차피 지나쳐야 하는 홍천이었다. 그런데도 마다하면 신 기자가 나쁜 사람이 될 것이니... "안 된다는 말"은 못할 것이었다.

신광태 기자는 마음씨 좋은 공무원이다. 고속도로 옆에서 기다리니 시간 맞추어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기사만 보던 처지여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만나보니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같았다. 나이도 동갑내기여서 편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먹고 옆에 앉아서 졸고 싶었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신 기자가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말벗이 되어 주었다. 안전운전은 내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기에.

시민기자의 멘토가 된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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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후 여담 중 ⓒ 이종득


돌아, 돌아서 정선에 도착하니 8시가 넘었다. 행사는 진행 중이었다. 원주에 계시는 박도 선생님께서 한복판에 앉아 계셨다.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최병성 시민기자의 특강이 진행되고 있었다. 목사이면서 환경 관련 기사를 많이 쓰고, 특히 4대강 기사로 명성을 얻고 있는 기자였다. 평소에 관심 있게 읽었던 기사라 그 취재 과정에 관한 설명은 흥미로웠다.

정선 토박이 작가 강기희 시민기자의 특강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6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강기희 시민기자의 특강은 진지했다기보다 재밌었다. 대학에 가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았던 작가가 고향인 정선에 돌아와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의미와 시민기자의 역할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소개했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 문화를 전국에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하니까, 먼저 바뀌는 것은 정선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정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며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이하는 말씨가 변하고,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정선을 꾸미는 방법도 바뀌어가며 아리랑의 고장답게 정선 군민 모두가 문화인이 되어 간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순서는 기사합평회를 겸한 토론시간이었다. 참여한 시민기자들과 학보사 기자들의 합평회는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특히 16명이 참가한 대학생들의 토론은 두시간 넘게 이어졌다. 

언론인의 꿈을 갖고 있다는 한 대학생은 "<오마이뉴스> 김병기 전 편집국장과 최은경 기자의 경험과 취재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참가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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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악동 삼총사. 오른쪽부터 강기희기자. 최원석기자. 이종득 ⓒ 이종득


투어의 꽃은 역시 뒤풀이였다

뒤풀이는 황기백숙으로 시작되었다. 백화주는 강릉에서 활동하는 최원석 기자가 챙겨왔고, 황기백숙은 정선 시민을 대표해서 숙소 주인이 삶아줬다. 참! 맛있었다. 백화주는 100가지 들꽃을 말려 담근 술이어서 독했지만, 한 잔만 마시니까 맛있었고, 황기 백숙은 공짜로 먹는 것이어서 더 맛있었다.

술이 오가면서 지역기자의 애환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편집국 상근기자는 "미안해요,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겨우 '잉걸'에 배치해서 미안했고, 원고료를 팍팍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상근기자들 모두 참 착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다 용서가 되는 분위기였다.

김미선 전 편집부장은 강원도 삼총사(최원석, 강기희, 나)를 지칭해서 "참, 말 안 듣는 악동"이라고 비유한다. (물론 "악의가 없는 악동이어서 좋다"는 말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벌써 4번째 하는 투어에 거의 빠지지 않았다. 요즘 부쩍 게을러진 최원석 기자, 근래 자기 글(2012년 12월 장편소설 연산 출간) 쓰느라 기사 쓰기에 뜸한 강기희 기자, 가끔 쓰는 기사를 늘 소설 쓰듯 길게(편집부에서 입맛에 맞게 편집하라는 조건)만 써서 보내는 나. 우리 셋은 강원도 터줏대감 시민기자들로서 행사때마다 잔소리 많고, 애정도 많은 시어머니 역할을 해오고 있다.

뒤풀이는 새벽 3시가 되자 듬성듬성해졌다. 잠자리를 찾아 눕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강원도의 '악동 삼총사'는 김병기 본부장과 성낙선 강원팀장을 붙잡고 늘어졌다. 왜 강원도가 이 모양(국회의원 9석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이 되었는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그러다 잠든 것은 5시 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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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에서 갑자기 카메라를 꺼내들었는데... ⓒ 이종득


<오마이뉴스> 전국 투어, 정선을 샅샅이 훑다  

아침밥은 당연히 술국이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앞마당에 모였다. 대학생 기자들은 박도 선생님과 김병기 본부장 등과 기념촬영을 했다. 그러고는 모두 다 모여 한 컷 정도 더 찍었다. 그렇다고 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비싼 가이드 (강기희 작가)가 안내하는 정선 투어가 시작됐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몰운대에서 강원도 감자바위를 경험했다. 아우라지에 가서 아우라지의 유래에 관해 듣기도 했다. 떼돈이라는 말이 뗏목을 띄워 번 돈이었다는 말도 재밌었다. 아우라지 사공과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최은경 기자를 사진 속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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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에서 강기희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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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 최은경 기자가 아우라지 총각 손을 잡고 싶어했다 ⓒ 이종득


점심은 북평면민속음식축제 장에서 해결했다. 304가지 음식이 전시된다는 그 곳에서 정선 토속음식인 누름국수와 옥수수 막걸리, 감자만두, 순대 등을 먹었다. 

행사장 옆에 논에서는 못자리를 만드는 장면을 예전 방식으로 재연하고 있었다. 소를 몰고 '써래질' 하는 장면에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요즘 트랙터로 논을 갈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고, 앞으로도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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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토속음식축제에서 못자리를 준비하는 써래질 장면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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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문화예술회관에서 장날마다 2시에 공연하는 정선아리랑 창극 [신들의 소리] 마지막장면 ⓒ 이종득


투어 팀은 다시 정선읍내로 이동했다. 군청 옆 문화예술회관에서 창극 정선아리랑극 <신들의 소리>가 2시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정선 장날 오후 2시에 늘 하는 공연이란다. 게다가 무료공연이었다. 공짜는 먹는 거나 보는 거나 안 좋은 게 없는 법. 그래도 너무 졸리고 피곤했다. 하지만 봐야 했다. 보면서 잠들까봐 나는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시골 배우들이지만, 전문 배우들보다 연기도 잘했고 정선 아리랑도 잘 불렀다. 그 한 소절을 들어보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하늘의 슬픔 빗물 되고 우리의 한이 서려 차가운 눈이 되었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밀려 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 장 철 임 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개구리란 놈이 뛰는 것은 멀리 가자는 뜻이요 이내 몸이 웃는 뜻은 정들자는 뜻 일세

왜 생겼나 왜 생겼나 네가 왜 생겼나 남의 눈에 꽃이 되도록 네가 왜 생겼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정선 아리랑은 이밖에도 다양한 가사로 불린다. 조혼편, 처세편, 모녀편, 부부편, 상사편, 이별편, 무상편 등 이외에도 많다.

투어의 마지막. 강기희 작가와 정선 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문화공간 藝's'에서 차를 마시며 다음 투어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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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에서 활동하는 강기희시민기자와 정선시민연대가 공동운영하는 <문화공간 藝s>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인문학 강의가 이루어진다. 지난 3월 김창규시인과 함께 한 인문학 강의 전에 기념촬영. ⓒ 이종득


#오마이뉴스 #전국투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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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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