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보는 채소의 역사> 겉표지
오브제
무나, 생강, 연근, 당근, 단호박 등의 껍질에 영양소들이 많다는 것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지저분한 부분만 벗겨낸 후 껍질째 해 먹곤 했다. 음식재료로 보다는 쪄서 간식으로 먹는 고구마도 껍질째 먹으면 껍질의 영양소도 먹을 수 있고, 소화도 훨씬 잘 된다고 해서 최대한 깨끗이 쪄서 껍질째 먹곤 한다.
그러나 감자만큼은 반드시 껍질을 까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때문에 이제까지 어김없이 껍질을 까낸 후 음식을 만들거나 쪄 먹곤 했다. 그것도 껍질은 물론 감자의 살까지 훨씬 많이 벗겨져 나가버리는 감자칼로 쓱쓱 밀어서 말이다.
그런데 나만 그러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레시피들이 감자껍질에 특정 영양소가 있다는 것보단 감자 싹에 독이 있으니 도려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다가, 대부분 껍질을 벗긴 후 음식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자가 비교적 많이 생산되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감자를 박스째 사곤 하는데, 보관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싹이 나고 껍질의 색이 변하곤 해 김치냉장고를 산 이후부터는 먹고 남은 감자를 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놀랄밖에!
솔직히 적잖은 충격이라 검색(검색어:'감자,껍질')해 봤다. 책 속 내용이 틀릴 수도 얼마든지 있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자 껍질의 성분을 연구 보고한 전문자료들이 꽤 보인다. 암 발생을 억제한다거나 특정 암에 어떤 치유력을 발휘하는 성분이 있음을 보고한 학술자료들도 제법 보인다.
게다가 감자를 껍질째 삶은 후 껍질에 밥을 싸먹는 레시피까지 보인다. 이제까지 감자의 껍질은 당연히 벗겨 내야 한다고 알고 있었고, 때문에 나처럼 반드시 벗겨 낸 후 음식을 했다면, 게다가 맛은 좀 떨어지더라도 정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우선하는 사람이라면 껍질을 그대로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세밀화로 보는 채소의 역사>는 감자처럼 우리가 오래전부터 먹어온 채소들(양파, 고추, 근대, 무, 콩 등)부터 우리의 밥상에서 보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외국 채소들(브로콜리,콜리플라워, 비트, 등)까지, 채소들의 역사와 제대로의 쓰임새 등을 알려주는 책이다.
여러 페이지마다 나오는 같은 채소 이야기... 그 산만함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