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사진은 지난 3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유성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취임한 직후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심리정보국을 폐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언론들은 26일과 27일 정치권과 사정당국을 출처로 "국정원이 남재준 원장이 취임한 뒤 심리정보국을 폐지하고 해당 국장을 비롯한 일부 간부를 보직해임 또는 대기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 위원들이 지난 24일 국정원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심리정보국은 심리전단으로 축소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청래 간사가 국정원 방문 이후 진행한 브리핑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은 '제3차장 소속 대북심리전단(심리정보국)은 현존,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현재 대북심리전단은 유지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3차장은 "그러나 댓글 작업과 같은 일은 하지 않고 대북심리전단에 걸맞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심리정보국 민 전 국장 "인터넷 댓글 달기는 인터넷 종북활동 대응"지난 2011년 11월 심리정보단(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하기 이전 상태로 조직을 되돌렸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은 3차장 아래에서 대북심리전을 맡고 있는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한 바 있다.
확대개편된 심리정보국의 책임자에는 김성호 국정원장 비서실장과 전북지부장을 지낸 민아무개 전 국장을 임명했다. 심리정보국 산하 '2단 4개팀'에서는 인터넷 댓글 달기 등을 통해 국내심리전을 벌여 정치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홍보, 야당 공격 등 인터넷 댓글 공작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의 핵심인물인 민 전 국장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취임한 직후 보직해임된 뒤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3차장도 지난 24일 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 위원들에게 "대북심리전단의 책임자였던 민아무개 국장은 현재 퇴직한 상태고 문제가 됐던 김아무개 여직원은 현재 국정원에서 근무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국정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지난 25일 민 전 국장을 불러 10시간 동안 조사했다. 27일자 <경향신문>(관련기사 :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댓글작업 관여" 인정했다)에 따르면, 민 전 국장은 이날 검찰조사에서 인터넷 댓글 달기 작업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댓글 작업은 인터넷 종북활동에 대한 대응이었을 뿐 정치나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없었고, 개입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