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이상원 본부장이 올린 호소문.
법원본부 누리집 갈무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이상원 본부장은 지난 23일 법원내부통신망(코트넷)에 올린 호소문을 통해 "최근 3년간 43명의 법원가족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만 15명"이라며 "법원공무원 사망사고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본부장 직을 걸고 투쟁을 통해 죽음의 행렬을 중단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는 지난 3월 4일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잇따르는 법원공무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시간을 끌며 대화에 응하지 않다가 지난 3월 13일 '법원가족 정신건강 증진 방안'이라는 대책을 내놨다고 한다. 법원본부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실제 대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직원들 정신 건강에만 치우쳐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 예정일에 생을 달리한 비극이 벌어진 것. 이상원 본부장은 "사람이 아픈 데가 있으면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은 상식인데, 법원행정처의 대책은 '폐암 환자에게 기침약 주는 꼴'"이라고 맹비난하며 "법원행정처가 얼마나 안이한 태도로 이 엄중한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질타했다.
이 본부장은 "이 엄중한 시기에 사법부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도대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법원본부는 법원행정처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강고한 투쟁의 봉화를 지펴 커다란 불길을 만들어 낼 것이며, 앞으로의 투쟁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저와 행정처가 질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법원본부 전국 지부장들은 25일 '죽음의 직장 사법부, 다음 표적은 누구입니까'라는 제목의 규탄 성명을 통해 "이제 사법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죽음의 직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조합원의 생명을 지키는 투쟁에 우리들의 양심과 사명을 갖고 싸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법원공무원 업무환경 개선과 정신적 스트레스 없도록 조치해야"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의 대법원 업무현황보고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변호사 출신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법원공무원 업무환경 및 건강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보니 29.1%의 법원노동자가 우울증 등으로 심리상담이 필요한 집단으로 구분돼 있는데, 다른 집단에 비해 이렇게 높은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직원들이 담당하는 부분은 판단력을 요구하는 부분, 복잡한 업무가 많은 부분, 그에 따른 민원인과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에 최 의원이 "법원에서 공판중심주의나 집중심리주의 도입 등 사법서비스 질 향상에 경주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와 더불어 사법서비스 향상에 부응하는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에 실패해 업무량이 급증했다"며 "그리고 노동조건이 악화돼 이런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수긍할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차 처장은 "그런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법원공무원들의 업무환경과 건강실태가 열악하다는 게 데이터 상에 나와 있다, 우울증 등 이런 상태에서 사법서비스가 제대로 나오기 힘들다"며 "그 원인을 집중 분석해서, 법원에 예산이 필요하다면 국회도 노력하겠으니 법원공무원들의 업무환경 개선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도록 조치를 적극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이상원 본부장은 "사법부의 행정처보다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법원가족 사망사고를 더 걱정해 주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매번 기획예산처와 국회 핑계를 대며 인원 충원의 어려움을 이야기 해오던 행정처는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도대체 뭘 했으며, 앞으로 뭘 하겠다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법원본부 강승복 사무처장은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법원 내부통신망에 이상원 본부장의 호소문을 올렸는데, 조회 수가 무려 7500건이 넘고, 댓글도 500개 이상 게시되는 등 관심이 뜨겁다"며 "또한 성남지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에서 이렇게 많은 공무원들의 사망사고가 있는 줄 몰랐다, 그동안 무관심했다, 마음 아프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판사들도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고 대법원의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법원공무원들 우울증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