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낫의 엄마는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좋아 구멍가게지 가게 안에는 물건이라고는 없고 파리만 윙윙거리고 있었다.
추연만
쓰낫의 엄마는 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사람이 들어가 앉으면 꽉 찰만한 크기의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말이 구멍가게지 가게 안에는 물건이라고는 없고 파리만 윙윙거리고 있었다. 돈이 있어야 물건을 가져다 놓는데 가진 돈이 없으니 가게도 비어있는 것이다.
"쓰낫은 공부를 시키고 싶어요. 저는 아파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쓰낫 만큼은 공부를 시켜서 저처럼 살지 않게 하려고요. 좋은 학교에서 공부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업료 낼 처지는 못 되지만 무작정 한별학교를 찾아가 쓰낫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어요."르뎃은 막내딸 쓰낫을 꼭 한별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학비가 들지 않는 르뎃은 공립학교의 문은 늘 열려 있었지만, 그곳은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머지않아 스러질 목숨, 딸을 위해 죽기를 작정하고 떼를 쓴 것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딜라 지역의 한 공립학교는 하루 3교시 한 반에 70명에 가까운 아동들이 3부제로 나뉘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좁은 교실에 많은 아이들. 구멍 난 칠판과 무너져 내릴것처럼 허름한 건물. 전쟁통에 문을 연 임시학교와 같은 모습이지만 취학 아동에 비해 학교 수가 턱없이 부족해 이런 학교라도 곳곳에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게 에티오피아 교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교실과 책걸상·칠판 등의 시설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교사들의 태만이다. 대부분의 공립학교 교사들은 아이를 가르치기보다는 월급을 받기 위해 학교에 온다고 한다. 책임감 있는 교사도 없고 교사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식도, 규정도, 없다보니 교사들의 평균 출근일수가 한 달에 열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학생보다 교사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이 많다.
교사의 수업 참여율이 저조하니 학생들도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 많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공립학교를 졸업하고도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교육에 뜻이 있는 부모라면 어려운 형편에도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 사립학교를 보내는 것이다.
지역 다른 사립학교의 경우 분기당 250비르(1비르는 한화 60원가량)에서 300비르의 학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별학교는 그보다 저렴한 150비르를 받고 있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의 경우 분기당 수업료가 500비르 이상인 곳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커피 노동자나 건설 노동자들의 하루 일당이 20비르에서 30비르인 점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비용이다.
"사흘을 쫓아와 울더라고요. 학교 형편상 전액 장학생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쓰낫 엄마가 처음 학교를 찾아왔는데 정말 놀랐어요. 얼굴에 검은 반점들이 가득하고 해골처럼 말라서 온몸의 뼈가 다 드러났는데 참담해서 볼 수가 없을 정도였죠. 안타깝지만 우리도 도울 형편이 안된다고 했더니 한참을 교장실에 앉아 울다가 집으로 돌아가더라고요. 그러더니 다음 날 찾아와 교문을 붙잡고 통곡을 하는 거예요. 달래서 보냈더니 그 다음 날 또 찾아왔어요. 장대같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세 시간 넘게 그 비를 다 맞고 우는데 저희가 손을 들었습니다. 죽기 전에 딸 하나 살려보겠다는 모성애를 어떻게 모른 체 하겠어요." 다섯 살 쓰낫의 꿈은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