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일 천안의료원장은 대학시절부터 '따뜻한 공공의료'를 꿈꿔왔다고 한다.
충남시사 이정구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일수록 의료혜택은 더욱 절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료는 국가와 자치단체 그리고 이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이제 따뜻한 공공의료를 말할 차례다."경남 진주의료원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것은 어쩌면 더 건강하고 더 따뜻한 공공의료를 위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전국에는 34개 지방의료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는 경영부실이다. 경영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민영의료에서 '돈벌이가 안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의료서비스' 영역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충남에서는 4개의 의료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작년 한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천안의료원이 39억39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공주의료원 17억5100만 원, 홍성의료원 25억8000만원, 서산의료원 6억9200만 원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 천안의료원 허종일(45) 원장으로부터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사정을 들었다. 현재 천안의료원은 체불임금만도 23억 원에 이른다. 허종일 원장은 "불친절하고, 지저분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며 환자들로부터도 외면당하던 천안의료원에 지난 2011년 4월 11일 취임했다.
"의료행위가 돈벌이?...얼마나 끔찍한 발상인가"의료행위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환자가 죽어 가는데 환자 주머니의 돈부터 확인한다면 사람 목숨으로 장사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또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허종일 천안의료원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스스로 '따뜻한 공공의료'를 주장하며, 몸소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의료기관이나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는 경제논리에 지배를 받으면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을 배우는 순간부터 의사는 이미 개인이 아닌 공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직업윤리다.
허 원장이 천안의료원 원장직을 맡기 전까지 그는 태안보건의료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허 원장은 태안군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가 태안군을 떠난다고 했을 때 원장실을 찾아와 가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그가 태안의료원장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태안의료원은 병원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못해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진료시설은 열악하고 입원실도 지저분해 진료의 질을 떨어뜨려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든 곳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의료원을 찾는 계층들은 대부분 노인,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이었다.
당시 35살의 젊은 허종일 의사는 대학병원을 비롯한 근무여건이 월등한 곳에서 높은 보수와 안정적인 자리로 유혹했지만 과감하게 태안군에 남았다.
태안의료원을 맡은 그는 우선 수술실을 개선해 지역 최초로 복강경 수술법을 도입했다. 또 내시경·초음파 장비도 교체해 의료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을 신축하고, 요양병동과 보호자 없는 병실, 호스피스병동, 열악한 시설 증·개축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주민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의료기관으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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