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선기간 '국정원 정치개입' 확인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18일 오후 지난해 대선기간 발생한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과 공범인 일반인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개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권우성
"정치 개입은 했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다."
지난 18일 수서경찰서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국정원 직원 2명과 일반인 1명을 국정원법 위반 협의로 검찰에 기소하면서 밝힌 수사 내용이다. 비록 대선기간에 정치관련 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꼭 대선에 영향을 준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본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누리꾼들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와 다른 게 뭐냐"며 조롱에 가까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조사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5일, 대선을 불과 3일을 남겨 놓은 지난해 12월 16일 경찰 측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노트북 등을 분석한 결과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전무하다"는 수사 발표를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밤11시에 긴급하게 발표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기 때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지체 없이 발표했다는 게 당시 경찰 측 해명이었지만, 숱한 의혹을 덮은 채 일방적으로 내놓은 수사 발표는 편파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대선 직전인 12월 16일 밤 11시에 이루어진 수사 발표는 또 다른 선거 개입이었고, 진실은폐와 왜곡이었던 셈이다.
정치 개입은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라는 경찰의 조사 발표. 이번에도 그래서 미덥지 못하다. 최소한 이번 발표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두 번의 발표가 왜 서로 다른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대선 직전에 이루어진 졸속 발표에 대해 사과라도 있어야 마땅하다. 또한 수사 외압과 관련된 의구심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마땅하다.
이런 해명이나 사과 없이 처음 발표 때는 무혐의에 가까운 발표를 하고 이제와 정치 개입은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라는 수사 발표는 또 다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궤변을 덮기 위해 수사관 2명에게만 죄를 미루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그 때를 떠올리면서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수사 발표를 믿지 못하는 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일까?
특히,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수사를 총괄했던 권은희 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서울경찰청은 물론 경찰청까지 동원돼 수사 내내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밝힌 내용만으로도 경찰의 수사 발표 내용은 용도 폐기해야 마땅하다. 대선 관련 78개 키워드를 발견했는데도 4개 키워드만 줄여 조사하도록 지시한 서울경찰청. 더욱이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불법 선거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고 주의를 전달했던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없는 압력이고 명백한 범죄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