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강정>작가, 제주와 연애하다
북멘토
작가 43명과 사진작가 7인이 제주 강정에 띄운 연애편지와 그림엽서를 모은 책 <그대, 강정>은 2013년 4월 3일에 발간되었다.
발행일과 작가 수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제주의 역사적 상징이 된 4.3항쟁의 고통과 현재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누백 년 살아온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 강정마을의 고통이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엔 누구나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라니, 하는 매우 상식적인 질문으로 강정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제주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으며,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반대하는 해군기지를 설마 건설하려고 할까, 설마 건설을 강행할까,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정마을에, 구럼비 바위에, 바위를 쓰다듬는 바다에 검고 우울한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평화가 근본적으로 위협을 받게 되자, 시인, 소설가, 사진작가들은 강정의 분노와 슬픔을 담아 강천천처럼, 강정천 은어처럼 맑은 글과 사진으로써 세상의 '평화감수성'을 일깨우고, 아름다운 강정을 재인식할 수 있도록 한 책이 <그대, 강정>이다.
책을 펼치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사진이 먼저 다가온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126편의 사진 속에 제주의 바다와 하늘, 어머니 젖가슴 같은 오름들, 들녘의 보리밭과 정겨운 돌담이 있다. 새벽과 석양과 바람이 있다. 그리고 싸워 지키는 사람들의 맑은 눈망울과 깊은 주름, 강정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외치는 바닷물고기와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 파도치는 구럼비 바위 위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맨발의 오체투지가 있다.
가슴 뭉클함은 이내 분노로 변한다. 이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곳에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하다니,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쫓겨나고, 바위는 깨부숴지고, 바다는 오염되고, 기지 주변에는 기지촌이 생기고, 평화의 섬은 온데간데없이 긴장과 통제만이, 군비경쟁과 대결의 갈등이 상존하는 곳으로 만들려 하다니!
작가들도 모두 그러했을 것이다. 뭉클함과 애틋함과 분노가 그들에게 펜을 들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사한지 안부를 묻고(김근), 구럼비를 온전히 지키지 못해 스스로를 책망하고 참회하기도 하며(김희정), 강정을 살려줍서, 구럼비를 살려줍서 하며 호소하기도 한다(박일환).
또한 강정과 내가 둘이 아님을 선언하기도 하고(송기역), 구럼비 바위를 화자로 내세워 제 어깨가 부서지는 아픔을 말하고(신혜진), 강정에 많이 서식하는 환경보호종 맹꽁이가 되어 아이들에게 평화엽서를 띄우는(이미애) 동화 같은 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