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앞 차별금지법 반대집회 현장. 집회를 연 국민연대는 "학교에서 항문성교를 교육하도록 지켜볼 부모는 없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교회 강단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를 할 수 없다.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악의적으로 심각하게 탄압하는 법이다.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가 국회에서 판을 치는 꼴을 볼 수 없다. 나쁜 망국 차별금지법을 국민 모두와 함께 목숨 걸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의석
결국, 두 의원은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김한길·최원식 의원 보좌관들은 지난 17일 차별금지법에 공동 발의한 의원실을 돌며 법안 철회 요지를 전달했다. 공동 발의한 의원들의 동의가 이뤄진다면 이들은 이르면 19일 철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철회 요지서에서 두 의원은 "차별금지법안의 취지에 대해 오해를 넘어 지나친 왜곡과 곡해가 가해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체사상 찬양법,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비방과 종북 게이 의원이라는 낙인찍기까지 횡행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교단이 앞으로 반대운동을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두 의원이 택한 방법은 '법안 단일화'다. 이들은 "법안을 하나의 단일안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교단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풍부하게 수렴해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내용으로 가다듬겠다"며 "이를 위한 당내 논의기구 등 대책마련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둘 경우 차별금지법에 대한 낙인찍기가 굳어져 법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반격의 시점은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을 제출할 때에 맞출 계획이다. 두 의원은 "법무부가 정부 견해를 담은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을 전후해 당 차원의 새로운 차별금지법 단일안이 발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합의를 미리 밟았어야 했는데, 막상 법안을 발의해보니 예상보다 사회적 갈등이 컸다"며 "단일안을 만들며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계속 법안을 밀고 나갔을 경우, 내년 지방선거까지 영향 받을 수도 있는 담론"이라며 "민주당이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안에는 "종교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조항 조정 등을 거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가장 비난을 받고 있는 '성적 지향' 항목에 대한 삭제 가능성을 묻자 최 의원은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진행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법무부의 법안 발의 시점을 기점으로 둔 데 대해서는 "지금은 새누리당에서 손에 피를 안 묻히려고 전혀 나서지 않는데, 법무부가 법안을 발의하면 정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 속에 치밀하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vs. 보수 기독교 단체'로 굳어진 구도를 '정부 vs. 보수 기독교 단체' 구도로 전환하고, 민주당이 정부를 적극 뒷받침해 역공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1보 전진을 위한 후퇴인 셈이다.
"법안 발의 시 항의는 당연... 단체행동 관철 사례 만든 것 같다" 후퇴에 대한 당 내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차별금지법을 공동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어떤 법안이든 이해 관계자들의 항의는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자들이 단체행동이 관철되는 사례를 만든 것 같다"며 "앞으로 의원들이 법안을 내거나 공동발의할 때 눈치를 보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당 대표가 유력시 된다는 의원이 낸 법안임에도 보수 기독교 단체에 흔들리고 있다"며 "이것이 민주당의 현 주소"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의 '좌절' 역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담론에 머물렀다. 2007년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예고했으나, 재계와 보수언론·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학력과 병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게 된다고 반대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 역시 성적지향 항목 삭제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반대를 뚫지 못했고, 결국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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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게이" 논란에 파묻힌 차별금지법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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