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 팸플릿을 살펴보시는 어머니.
김대홍
평일인 수요일 저녁 공연장 안에는 절반 정도 관객이 들어차 있었다. 관계자에게 확인하니 220여 석 가운데 90여 석이 찼다고. 수요일에 제일 관객이 적게 들어온단다. 관객층은 꽤 다양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골고루였다. 중년여성층이 의외로 많았다.
어머니와 함께 자리를 잡았다. 조명이 꺼지고 배우들이 등장한 뒤 이풍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곁눈질했다. 의자에서 등을 떼는 모습이 보였다. 노래에 빨려 들어가는 듯 보였다.
극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주연배우인 이풍세가 대학교 95학번으로 나온다. 나머지 배우들 또한 1990년대 초반 또는 중반 학번으로 나온다. 삐삐나 대형 휴대전화, 큼직한 머플러 등은 그 시대 정서를 끄집어냈다. 1996년곡인 룰라의 <3!4!>가 잠깐 들어간 것도 시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였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게 1996년이니 그때를 기준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김광석의 퇴장과 함께 김광석 시대가 막을 내린 시대였다. 기타와 하모니카 하나로 소극장에서 1000여 회 공연을 한 김광석을 떠올린다면 김광석 시대란 소박함, 푸근함, 따스함 등을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1990년대 대학교 밴드로 활동하던 이들이 흩어졌다 재결성하는 과정을 담았다. 2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인공인 이풍세는 군대에 다녀오고 어머니가 암에 걸리는 아픔을 겪고, 아이돌 그룹에 잠시 몸을 담았다 '팽' 당하며 막노동판을 전전한다. 오해가 생겨 여자친구와 헤어지지만 결국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후원자를 만나 다시 연주를 한다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투박하고 담백하다. 특별히 기발한 반전은 없다. 무대장치는 소박하고 배우들 연기 또한 풋풋하기만 하다.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인 20대와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박창근은 잘 어울렸다. 어설퍼서 싱그럽고, 어색해하는 모습이 오히려 풋풋했다. 40대 배우가 20대를 연기하는 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건 오로지 초연배우 박창근 덕분이었다.
극이 중반을 넘어서서 1시간을 지났을 무렵 다시 어머니를 곁눈질했다. 여전히 의자에서 등을 뗀 상태. 눈은 무대에 '꽉' 박힌 채 움직일 줄 몰랐다. 두 손을 꼭 모으고 박수를 치다, 가끔씩 눈시울을 훔쳤다.
1인 다역 '멀티맨'이 웃음 선사... 투박함이 오히려 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