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21일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한 뒤 무릎을 꿇는 모습.
남소연
'부적격 인사 교수 채용'에 있어 압권은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례다.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고급도시행정'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는 오 전 시장은 한양대 측의 적극적인 초빙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으로서 경험이 수업의 특성과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과연 그가 도시행정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오세훈 전 시장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박사다. 해당 분야에 학위도 없는 사람을 단지 '서울시장 경험'을 이유로 대학원 강의를 맡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교수 사회에서 제기됐다. 또 서울시장 경험을 높게 산다고 해도 그의 재임 시절 '업적'이 과연 학생들에게 가르칠만한 내용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만만치 않다.
그의 개발 정책으로 대변되는 ▲ 한강 르네상스 ▲ 세빛둥둥섬 ▲ 뉴타운 정책 ▲ 용산 참사 ▲ 용산 드림 타워 사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참담한 실패 아닌 게 없다. 아무리 연임에 성공한 서울시장이라고 해도 그는 실패한 정치가다. '정치적 야욕으로 서울의 주거와 환경을 망쳐버린 나쁜 정치인'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그가 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대학은 학생들이 이런 사람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권력과 대학의 유착을 오랜 관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에서 여러 가지 결격 사유로 낙마한 사람들, 전당 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렸던 사람이 대학 강단에 서서 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더욱이 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에 책임이 있는 장본인이 도시행정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직자는 안 되고, 교수는 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에 대한 검증 잣대가 정치인이나 공직자에 비해 가벼워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공직자로서의 흠결은 교수로서도 흠결이다. 대학의 권위를 높이는 게 낙마한 공직자와 비리 공직자를 모은다고 해서 이뤄질까. 오히려 '구닥다리' '비리의 온상' '실패한 정치인의 보금자리'라는 불명예만 생길 뿐이다.
하지만, 현실을 톺아보면 낙마한 공직자와 비리 권력자들이 대학에 다시 돌아가거나 영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비리 공직자와 낙마한 공직자가 후학 양성이라는 미명 아래 텃새처럼 눌러 앉은 현실 그리고 이 현실이 낳은 대학 본연의 기능 퇴행을 고려하면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작금의 대학을 살펴보자. '보따리 장사'라는 박사급 시간강사가 넘쳐나고 외국서 학위를 받은 '젊은 영재'들이 국외에서 떠돌고 있다. 비리로 물러난 국회의장·실패한 전임 시장보다 이런 '보따리 장사' '젊은 영재'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주는 게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 아닐까.
권력과 대학의 비열한 거래는 대학의 앞날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젊은 학자들의 희망마저 꺾는다. 하루빨리 고치지 않으면 전염병처럼 커질 악습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