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자동차 도로 정령치 고개
이윤기
그래서 함께 답사를 가기로 했던 후배들에게 제 차와 자전거 캐리어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 마산시외터미널에서 남원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운봉에 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지도를 찾아보며 남원 운봉 - 고기삼거리 - 정령치(1172미터) - 달궁삼거리 - 성삼재(1102미터) - 천은사 거쳐서 점심 식사 장소인 지리산온천지구까지 자전거를 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대로면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면 성삼재까지 갈 수 있겠더군요.
아침 일찍 운봉 마을 민박집을 출발해 성삼재에서 일행들과 만나 자전거를 세워 두고 노고단까지는 함께 걸어서(노고단은 자전거 통행 금지) 답사를 다녀온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천은사를 거쳐서 지리산 온천지구에 있는 식당까지 이동한 후 자전거를 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운봉까지 시외버스로... 3시간
지난 12일 오후 5시 10분,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원까지 가는 시외버스로 운봉까지 이동했습니다. 시외버스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차는 왜 그리 느리게 가던지요.
마산에서 운봉까지 승용차로 곧장 가면하면 2시간이면 가능할 것 갔았는데, 시외버스는 진주터미널에서 한 20분쯤 서 있다 승객을 가득태우고 출발하고, 원지·산청·함양 등의 터미널을 거쳐서 3시간 10분 만에 운봉에 도착하더군요.
중간에 승객들은 계속 타고 내리고 운봉에서 내리는 사람은 저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자전거로 지리산 고개를 넘어보겠다고 달뜬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막상 캄캄한 시골 동네에 혼자서 내리니 좀 삭막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더군요. 운봉 민박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오전 6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6시 40분께 출발했습니다.
오전 11시에 답사하러 오는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지도로 살펴 본 성삼재 도착 예상 시간보다 1시간쯤 일찍 숙소를 출발했습니다. 운봉에서 출발하면 성삼재에 오르기 전에 먼저 정령치를 넘어야 합니다.
운봉에서 정령치로 가는 길도 가파르지는 않지만 오르막 구간이여서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워밍업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패달링을 했더니, 30분쯤 걸려 정령치 입구 '고기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5.7km를 달리는데 27분 평균속도 11km로 천천히 달렸는데, 이른 아침이라 도로에는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았고 거리에 사람도 없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정령치에 오르는 동안에도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하였고, 차도 달궁쪽에서 넘어오는 승용차 한 대를 만난 것이 전부였습니다.
▲차 타고 지나가던 후배들이 찍어 준 성삼재 도착 직전
이윤기
정령치...해발 1172미터 그동안 경험한 가장 힘든 오르막 길 이날은 바람도 많이 불고 봄 날씨 답지 않게 추웠지만 정령치 입구에 들어서자 금새 땀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리산에는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아 햇빛이 잘 들지않는 그늘진 곳에는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정확히 경사도를 비교해보지는 못하였지만 몸으로 느끼기에 그동안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던 신불삱 간월재나 일본 아소산에 비하여 정령치 올라가는 길이 좀 더 경사가 심한듯 하였습니다. 물론 거리도 더 길었구요. 정령치 입구에서 정령치까지는 약 6.2km 인데, 대략 해발 600미터에서 해발 1172미터까지 570여미터를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목표는 천천히 가더라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정령치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잡고 출발하였습니다. 날씨가 쌀쌀한 덕분에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저단 기어로 패달링을 하다가 경사가 좀 덜하다 싶으면 기어를 높여보았지만, 금새 다시 가파를 오르막이 나타나 기어를 낮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기록을 확인해보니 정령치를 오르는 동안 평균 속도가 5.4km밖에 안 되었더군요. 정말 천천히 올라갔었더군요. 고개마루를 앞두고 경사가 심해지는 구간에서는 결국 기어를 최저단으로 바꾸어 올라갔습니다만, 무리하게 기어를 바꾸다가 체인이 끊어지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정령치를 정상을 150여미터 남겨두고 체인이 끊어져서 더 이상 패달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정령치 휴게소까지 이동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출근도 하지 않은 시간이라 휴게소 문은 굳게 닫혀있고 사람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주요 고개 |
대관령 832m/ 미시령 862m/ 한계령 1004m/ 성삼재 1102m/ 정령치 1172m/ 만항재 1330m(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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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 꼭대기는 산 아래 보다 바람이 더 많이 불더군요. 어차피 체인은 끊어졌고 주변 경치를 둘러보면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체인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근처 바람이 덜 부는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체인을 살펴보았습니다. 체인이 끊어지고 휘어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