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인쿤드 호수 모습해발 4,300m에 있는 호수 모습
신한범
예상은 했었지만 숙소 모두는 잠겨 있었습니다. 설마가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요기(인두교의 수행자) 몇 명만 수행하고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배가 무척 고파 걸을 수가 없습니다. 배낭을 뒤져 보니 건빵 한 봉과 양갱 두 개가 있습니다. 몇 번씩 현지 아이들에게 주려다 혹시 하고 남겨 놓은 것인데 요긴한 한 끼 식사가 되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포터 인드라가 서둘러서 짐을 정리하고 출발 하였습니다. 부리나케 그 친구를 따라가지만 쉽게 거리를 좁힐 수가 없습니다. 걷다가 제가 보이지 않으면 기다렸다 모습이 보이면 다시 출발합니다. 자기의 의견을 무시한 저에게 화가 나서 하는 행동으로 생각이 들어 미안하면서도 화가 나기도 하지만 열심히 걷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트레킹이 끝난 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속도를 맞추면 오늘의 목적지인 페디(3630m)에 도착하기 힘들기에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습니다. 교사인 저는 착한 포터 인드라에게서 인생의 진리를 배웁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빠른 판단력으로 트레커의 안전을 책임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속 좁은 저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새로운 세상 '핼람푸 히말라야'고사인쿤드에서 1시간을 걸어 해발 4610m의 라우레비나라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설산과 호수의 어우러짐은 사람을 몽환적으로 만듭니다. 산을 오를수록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는 히말라야의 풍광 때문에 사람들은 힘이 들어도 웃으면서 산을 걷습니다. 어느덧 랑탕에서 시작한 트레킹은 고사인쿤드를 거쳐 트레킹이 마지막인 핼람푸 히말라야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