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을 깎아 만든 좁은 길. 낙석 주의 표지판.
성낙선
이런 곳에 길을 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사람들 참 용하다. 그 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스콘이 깔렸다. 하지만 폭이 좁은 게 요즘에도 이렇게 험한 길이 있나 싶다. 길은 또 왜 그렇게 심하게 구부러지는지 그 길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듣던 대로 그 험한 길 곳곳에 산동백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무렵 강원도 깊은 산골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산동백이 거의 유일하다. 산이 온통 회색빛을 드러내고 있을 때 노란 산동백 몇 그루가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만약에 산동백과 다른 꽃이 같이 피었다면, 산동백이 그처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산동백 자체는 은은한 노란 빛을 띠고 있다. 굳이 경쟁을 해야 할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필요 이상으로 강한 빛을 띨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길에 산동백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산에 산동백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수로는 오히려 다른 나무에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산동백이 이 산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이 산에서 산동백 말고 다른 나무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중간에 소월정이라는 현판이 붙은 정자 아래, 진달래가 몇 그루 꽃을 피우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진달래도 지금 이 산 속에서는 아직은 객쩍은 나그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