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소반 2인분. 정확하게 한 젓가락 양만큼 나온다.
최육상
"우리가 7080세대예요? 386도 아니고, 도대체 우리는 뭐죠?"
1971년생 동갑내기 여자 실장이 묻는다. 뜬금없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위 선배까지가 386이니까 우린 아니죠. 뭐, 386 끝줄에 살짝 걸쳤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근데 1970~80년대 초중고 시절을 보냈으니까 7080은 해당되지 않을까요?"굳이 구분하자면 1971년생은 386세대도 7080세대도 아니다(그럼 1970년생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무튼 1971년생인 우리는 1980년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며 가슴 한편에 7080세대의 감수성을 간직하고 있다.
"실장님이나 나나 대학가요제 노래 좋아하고, 주윤발, 성룡 나오는 홍콩 영화 많이 보고 그랬잖아요. '요즘 노래' 별로 안 좋아하죠? 거 봐요, 영락없이 7080이라니까요."1970~80년대는 암울하면서도 청춘의 소박한 낭만이 공존하던 시대로 기억된다. 통행금지, 장발단속, 미니스커트단속이 있었지만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 시위를 하면서도 통기타와 팝송, 맥주, 소개팅, 기차여행이라는 낭만을 잊지 않았다.
10대 시절 빠졌던 <영웅본색>과 <천녀유혼> 그리고 소피 마르소1971년생들은 한창 사춘기를 겪을 무렵에 장국영·주윤발의 <영웅본색>, 왕조현의 <천녀유혼>에 푹 빠졌고, MBC 대학가요제를 보며 <내가> <꿈의 대화> <바다에 누워> 등을 열창했다. 남자들은 세계미녀 3인방으로 불렸던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 중 한 명의 사진은 반드시 책받침으로 지니고 있었다. 나는 청순한 소피 마르소를 찜했었다.
가끔 이쑤시개 입에 물고 주윤발을 흉내 내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며칠 전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런 추억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