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자주 볼수록 추형장애가 더 심해진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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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의 한 연구에서는 23%의 여성과 15%의 남성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년 후인 1986년에는 여성의 38%, 남성의 34%가 외모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현재 필자가 체감하기에는 거의 50% 이상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추형장애를 갖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형장애는 일종의 강박장애이다. 단순히 외모가 추하다고 여기는 정도가 아니라 강박적으로 그 생각에 매달려 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고민을 한다. '이 얼굴로 어떻게 밖에 나가'라고 생각하며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증상은 타인이 봤을 때 매력적인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일부는 스스로의 걱정이 부질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거울을 자주 볼수록 추형장애가 더 심해진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믿기지 않는다면 거울을 앞에 두고 자신의 얼굴을 보라. 눈만 따로 10초, 코만 따로 10초, 입만 따로 10초. 이렇게 응시하고 나서 다시 전체적으로 얼굴을 바라보자. 뭔가 달라진 것을 느낄 것이다. 이를 '게슈탈트 붕괴현상'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다른 시도를 해보자. 주전자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입으로 주·전·자, 주·전·자...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해보자. 여러 번 반복하면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어떤 대상에 지나치게 집중하다가 그 전체적인 개념이나 느낌을 잊어버리는 현상을 '게슈탈트 붕괴현상'이라고 한다. 추형장애가 있으면 거울을 더 자주 보게 되는데, 거울을 자주 보면 볼수록 게슈탈트 붕괴현상으로 인해 추형장애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이다안타깝게도 나나 B선생 같은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원래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얼굴이 정상임에도 삐뚤어져 보이고, 비대칭으로 보여서 수술·시술을 했는데... 하고 나서도 이상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몇 번이고 재수술을 한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감별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선을 긋고, 그들이 '생각보다 멀쩡하고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일부 의료인들이 그들의 염려에 편승해 과잉 성형을 조장하기도 한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유익하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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