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듣는 서기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서기석 헌법재판소 재판관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권우성
10일 열린 서기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날 오전 제출된 서 후보자의 서면질의 답변서 내용이 진짜 서 후보자의 견해가 맞는지 여야가 서로 확인에 또 확인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인사청문회법에 의해 청문회 이틀 전까지 제출하기로 되어있는 서면질의 답변서가 이날 오전 청문회 직전에서야 뒤늦게 제출된 것에서 시작됐다.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각 제출을 질타하자 서 후보자는 "죄송하다"면서 "지원팀과 제가 밤새 잠도 못자고 했는데, 분량이 너무 많아서"라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청문회 시작 30분 전에 받아서 10분 동안 들춰봤는데, 정말 마음에 안드는 곳을 몇 군데 찾았다"며 "국가보안법에 대해 폐지론이나 대체입법론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서 후보자가 "사실 서면답변 부분은 시간이 너무 촉박한 관계로…"라고 답하자 김 의원이 다시 "254쪽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서 후보자는 "충분히 검토를 못한 것 같다"고 사과했다.
같은당 노철래 의원은 "답변 자료를 보니까 '이 시점에서 국보법의 폐지를 논의하기보다 우선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오남용의 여지가 있는 조항을 우선 삭제 또는 수정하고…'라고 했는데, 오남용의 여지가 있는 조항이 어느 조항인가"라고 물었다. 서 후보자는 "일반적으로 흔히 국보법 7조를 이야기하는데…"라며 "그런데 내가 삭제라는 표현까지 썼는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그래서 서면답변이 후보자 생각이냐 아니냐?"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 "그래서 결론이 뭐냐? 이 국보법에 대한 서면질의 답변이 후보자의 생각이란 것인가 아니란 것인가, 어떻게 이렇게 고무줄처럼 왔다갔다 하는가"라고 따지자, 서 후보자는 "그게 아니고, 내가 서면답변 내용을 확실히 알지 못해서 그것을 보여주면 확실히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이 서 후보자의 답변 중 일부를 직접 읽으면서 질문을 했다.
전해철 "읽어주겠다. '과거에 국가보안법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부 사례가 있었고, 그러한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제기되는 폐지론이나 대체입법론 등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지금 이 말을 부정하는 것인가."
서기석 "아니다. 그 말 자체는…."
전해철 "이 서면 답변에 후보자는 동의하는가."
서기석 "그런데 이게 설득력이 있다는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런 뜻…."
전해철 "설득력이 있다나 일리가 있다나 같은 뜻 아닌가."
서기석 "그러니까 일리가 있다…."
전해철 "소신 있게 이야기하라. 서면답변서를 봤느냐 안봤느냐보다 후보자의 소신을 청문회 자리에서 바꾼다면, 그게 더 문제다."
서기석 "바꿀 생각이 없다."
전해철 "그러면 대체입법론에 설득력이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라는 거다."
서기석 "아까는 김진태 의원의 질문을 거기(폐지 및 대체입법론)에 동의하느냐 이런식으로 내가 받아들였다. 그래서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질문하는 사람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답변이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지적하자 "너무 촉박해 (서면답변서를) 꼼꼼하게 읽어보지 못하고 중요한 단어 위주로 읽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재차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