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국제공항에서 만난 무슬림가족. 인도의 고향에 들렸다가 25년째 살고 있는 파리로 가는 길.
이안수
톈산산맥의 서쪽 끝자락 오아시스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의 이 국제공항은 규모가 작고 한산한 편이지만, 저와 같은 극동에서 오는 사람들 말고도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지에서 유럽으로 가는 사람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공항입니다.
1년째 타슈켄트에 주재원으로 와있는 가족과 얘기를 했습니다. 현재 타슈켄트에는 자영업자와 상사원, 선교사, 유학생 등 약 2500명 정도의 교민이 살고 있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분산정책에 따라 극동지역 거주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곳 중의 하나로 현재에도 가장 많은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한국정부에서는 고려인 이주 1세대 독거노인들을 위한 양로원 건립사업이 추진되어 2010년 3월 26일 '아리랑요양원(타슈켄트주 유코리치르칙구역 아흐마드야사위)'이라는 이름으로 개원되었습니다. 이 요양원은 2006년 양국 총리 합의를 통해 우즈베크 정부가 땅과 건물을 고려문화협회에 무상증여하고, 한국대사관의 주도로 외교부산하 재외동포재단이 건물을 짓고, 보건복지부산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복지사 등 한국의 인력을 파견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려인 1세대. 이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연해주에서 열차에 태워졌고 중앙아시의 황량한 사막에 던져졌습니다. 긴 이동과정에서 '죽은 사람 반, 산 사람 반'이라고 그 1세대들은 증언합니다. 타슈켄트의 고려인들은 텐샨산맥의 눈 녹은 물처럼 역사의 대하를 따라 흐를 수밖에 없는 인생의 유전(流轉)을 명확하게 증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