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임시강사'만 성과금 제외... "비참하다"

교사들, 항의민원... 경기도교육청 "처우개선 방안 연구 중"

등록 2013.04.08 15:13수정 2013.04.08 15:43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일 경기도 교육지원청 소속 한 장학사가 공문이 아닌 전자메일 형태로 각 학교에 보낸 '유치원 임시강사 성과금 제외' 알림문.
지난 2일 경기도 교육지원청 소속 한 장학사가 공문이 아닌 전자메일 형태로 각 학교에 보낸 '유치원 임시강사 성과금 제외' 알림문. 윤근혁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분들 대부분이 '교원성과상여금'(성과금)이란 것을 받는데, 정규교사와 똑같은 업무를 하면서 16년 동안 일했는데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해야만 하는 심정은 비참합니다."

국공립학교 소속 유치원 임시강사 120명이 성과금 때문에 또 한 번 설움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근무하는 허아무개(41) 교사는 "요즘 성과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것만 생각하면 비참하다"고 하소연했다.

유치원 임시강사는 경기도교육청에만 있는 제도. 15∼20여 년 전 유치원 교사가 부족할 때 '전임강사'란 이름으로 뽑았다. 뒷날 '임시강사'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정규교사와 거의 같은 업무를 하기 때문에 업무의 내용과 근무 기간 등에 비춰보면 '기간제교사'보다 더 정규교사에 가까운 제도다.

교과부는 올해부터 2개월 이상 근무한 정규교사는 물론 기간제교사에게도 성과금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달 중 S, A, B 등 3등급으로 나뉘어 평균 200여만 원의 성과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2월 각 학교에 보낸 성과금 지급지침에서 '기간제교사'들은 성과금을 주도록 했지만, 유치원 임시강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일부 경기지역 교육지원청은 학교에 '유치원 임시강사'는 "해당이 없다"는 전자메일을 보낸 것이 확인됐다.

"정규교사와 동일 업무 16년 이상 해왔다... 성과금 제외 말도 안 돼"

기간제교사보다 오랜 기간 근무해온 이 지역 유치원 임시강사들은 경기도교육청과 교과부에 항의민원을 냈다.


임시강사 정아무개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에 낸 민원에서 "임시강사가 호칭이 기간제교사가 아니라 하여 기간제교사 성과금에서 뺀 것은 너무나 초등학생 같은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규 교사와 동일 업무를 16년 이상 해온 유치원 임시강사를 단지 '이름이 강사'라는 이유로 제외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항의였다.

전교조 경기지부(지부장 김주영) 유재 정책실장도 "성과금은 교사를 줄 세우려는 잘못된 제도"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교육당국이 시행을 하는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유치원 임시강사들의 존재를 망각하고 성과금 지급 대상자로 생각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기도교육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월 성과금 지급지침을 만들 때 유치원 임시강사에 대한 것이 누락이 되어 항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간제교사 범위에 임시강사가 포함되지 않아 생긴 일이지만 임시강사들의 처우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 임시강사로 오후 종일반을 담당하고 있는 허 교사는 다음처럼 말했다.

"16년 동안 정규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단지 '임시강사'라는 꼬리표 때문에 눈물을 여러 번 흘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기간제교사들도 성과금을 받는데 우리만 그 대상에서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차별에 대한 설움을 넘어 비참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유치원 임시강사 #성과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