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앞에 설치된 펜스와 화단이다. 분향소의 면적보다 더 넓게 설치돼 있어 시민들의 통행은 더 불편해진 상황이다.
김혜승
무엇보다 경찰들과 중구청 직원들의 행동은 '국가폭력'으로 보일 정도다. 협의를 조율하는 과정이었음에도 중구청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 철거를 단행했다. 새벽 기습철거로 인해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해고자 3명은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밖으로 떠밀려 나왔다. 이후 소식을 들은 해고자와 시민들이 모였고, 온몸으로 철거를 막았다. 장비로 무장한 경찰과 중구청 직원들은 이들을 힘과 공권력으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생겼다. 영정 사진 등의 물품이 빼앗기는 것에 항의하던 해고자와 시민 등 49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정당한 자기 방어'가 공권력 앞에서 방해가 되었다는 이유다. <참여연대>는 이를 "실정법 위반만을 재단하여 행정권을 폭력적으로 남용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만약, 중구청 직원 혹은 경찰 중 누군가 퇴거 명령을 거부했다면 어땠을까? 스페인은 주택시장 붕괴 이후 수십여만 명이 강제퇴거 상황에 놓여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 집행관들은 열쇠수리공조합에게 대출금을 갚지 못한 이들을 집에서 쫓아내는 일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그들은 돕지 않기로 선언했다고 한다. 파산한 가정의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가는 일은 "우리들에게 심적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 일부 지역에선 소방관들을 대신 투입했지만, 이는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카탈루니아 소방관조합은 "우리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다,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은행을 돕는 것은 우리의 본래 업무와 모순된다"고 말했다.
대한문의 상황은 다르다. 다소 젊어 보이는 중구청 직원들에게 해고자들과 시민이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외면할 뿐이었다. 지난 6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인 중구청 직원들은 경찰들과 함께 대한문을 둘러쌌다. 공권력의 감시는 1평 남짓한 돗자리 위에 앉아 있는 해고자와 시민을 압도했다. 조달되는 물품들도 모두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되는 것은 또 다시 시작될지도 모를 해고자들의 죽음이다.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씨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는 탄압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이 이어질까 두렵다, 우리는 구속과 연행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진실이 매장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여기 무덤으로 내가 들어가야겠어요"라는 해고자의 말을 가벼이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러운 자리에 다시 모인 사람들... 그게 '사람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