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 4월 1일, 박근혜 정부는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김은희
경제학자들은 장래의 차익에 대한 과대 추정으로 빚을 짊어지고 투자하는 행위를 투기로 규정한다. 정부의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시장 정상화 종합 대책'이란 결국 국민을 향한 투기 광고 이벤트일 뿐이다.
더 '위대한 바보'를 기다리는 모순정부의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을 보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The Greater Fool Theory'가 생각난다. 일명 '위대한 바보 이론'인데, 자신이 투자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줄 더 대단한 바보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거래 침체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실종된 원인은 첫째,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한 채를 3억 원에 매입하면서 4억 원 이상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믿음이 투자 수요를 형성한다.
혹은 1억 원에 사서 5억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기막힌(?) 수익 기대가 있다면 그때 시장에서는 흥분을 동반한 투기 바람이 분다. 그러나 지금 그 어떤 사람도 이런 기대를 갖기 어렵다. 가격이 하락했다지만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추가 상승 여력을 갖는다고 해도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은 돈은 없고, 빚은 많기 때문에 집을 살 여력이 없다. 부동산을 살 만큼 여유있는 사람이 많다면, 정부 정책에 따라 잠재적 수요를 실제 수요로 전환시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잠재적 수요는커녕, 짊어진 빚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다. 많은 중상위 계층조차 기존의 부동산 투기 바람 탓에 갚기 어려운 빚을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양도소득세 완화와 신용 공급 확대 정책은 그야말로 혹시 남아 있을 '가장 위대한 바보'를 자극하는 신호일 뿐이다. 즉 순진한 사람들의 투기 욕구를 자극해 무리한 빚으로 하우스 푸어의 집을 사달라는 정책이다. 또 하우스 푸어의 폭탄을 젊은층과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떠 넘기며 30년 동안 나눠 갚는 '노예의 삶'을 은근히 부추기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주택자에게 1순위 청약자격 부여,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서민 주거 안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답답하다. 서민이라는 이름하에 건설 업계의 민원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정부 정책에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 보자면, 보금자리지구에서 공공분양주택을 줄이고 임대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지난 정부는 공공 임대보다 오히려 분양을 확대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대책이 전무했다.
공공 주거 안정정책만 살리고, 소득세법 지켜야새 정부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 물량을 연 7만 호에서 2만 호로 축소하고 임대주택을 매입과 전세 방식을 합해 연 11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특히 도심 내 즉시 입주 가능한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서민의 주거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듯하다.
또한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이 큰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월 임대료도 지원할 계획이고, 준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인 '착한 임대' 사업도 유도하겠다고 한다. 준공공임대란 민간 주택의 집주인이 스스로 임대료 인상 규제, 의무 임대 기간 준수 등의 공공성을 수용하면 '준 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주거 정책의 공공성 측면에서는 이전 정부보다 진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 철학이 문제다.
지난 MB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집요할 정도로 소득세법을 고쳐 집으로 돈 버는 불로소득에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발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하는 사람만 손해 보게 하는 정책이 이어지는 셈이다.
야당은 정부의 정책 발표 직후 비판 논평을 쏟아냈다. 논평만이 아니라 실제 국회에서 반드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고, 불로소득에 징벌적 세금을 가한다'는 조세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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