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온 동네가 '롯데공화국'에 흡수될 것"

충남 부여에 아울렛·대형마트까지 계획하는 롯데... 소상공인들은 '분노'

등록 2013.04.05 21:26수정 2013.04.0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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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마트와 아울렛이 들어오면 피해가 우려된다며 30여 개의 현수막을 곳곳에 걸었다.
롯데 마트와 아울렛이 들어오면 피해가 우려된다며 30여 개의 현수막을 곳곳에 걸었다. 김종술

충남 부여의 유통산업이 롯데에 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부여에 백제역사재현단지가 만들어지고 아울렛·대형마트 입주까지 추진되면서 골목상권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부여 내에는 골목 상권 붕괴를 우려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 30여 개가 나부끼고 있다.

롯데그룹 산하 롯데쇼핑은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172번지에 롯데프라미엄 아울렛을 짓고 있다. 올해 8월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 아울렛에는 건축 허가를 받을 당시 지상 1~2층에 매장, 3층에는 영화관이 입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계획이 수정되면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하에는 대형마트(1000평 규모), 지상 1~2층에는 아울렛 판매시설, 3층에는 판매 및 문화 시설, 옥상에는 상점 및 휴게공간이 입주할 계획이다(직영 15.1% - 임대 84.9%).

소상공인 "롯데 불매운동으로 맞설 계획"

 부여 중앙시장. 롯데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부여 중앙시장. 롯데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김종술

부여군 소상공인회 윤여택 사무국장은 "부여에 롯데 아울렛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롯데 아울렛이 들어선 파주의 상인들을 만나봤다"며 "파주 상인들은 '롯데 아울렛의 영향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상권 붕괴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여군은 인구 7만의 농촌지역으로 소비계층이 30% 정도인데 아울렛에 대형마트까지 들어오면 부여는 물론 서천·보령·청양·공주 등 인근 도시의 구멍가게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여군이 처음 허가를 내줄 때 시네마·골프장·아울렛 정도만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부여군이 상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대형마트로 설계 변경 허가를 내줬다"며 "현재 상인과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있으며, 다음 주 정도에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과 탄원서를 제출하고 롯데 불매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여군 소상공인회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부여군을 하나하나 접수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부여군이 '롯데 공화국'으로 흡수될 것"이라며 "매장이 생긴다고 해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기보다는 청소·계산원 등 비정규직만 확산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소규모 도시에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면 기존 지역 상권은 죽어나간다"며 "시민들은 처음에는 좋다고 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발목이 잡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마트 개장 전에 사업조정신청을 해야 한다"며 "좋은 사례가 여수다, 여수는 사업조정신청을 통해 정당·노동·시민단체가 상인들과 함께 힘을 모아 롯데 대형마트의 입점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부여군 "롯데-소상공인 상생 방안 조율 중"

 낮에도 한산할 정도로 구도심에 상권은 침체하고 있다.
낮에도 한산할 정도로 구도심에 상권은 침체하고 있다. 김종술

부여군 경제진흥과 담당자는 "당초 건축 허가가 떨어질 때는 마트 입점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래 아울렛을 개장하기로 했는데 미뤄졌다, 지난 1월, 롯데가 대형마트와 함께 개장한다고 해서 소상공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롯데와 소상공인들이 상생하는 차원에서 법적 검토 및 조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들의 우려에 대해 롯데마트 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여 상권을 초토화시킨다는 생각보다는 관광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보고 시작한 사업"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알고 있고 상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형마트 입접에 대해) 소상공인은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지만, 군민 상당수는 찬성할 것"이라며 "지역상권의 물가 안정과 서비스 향상이라는 순기능도 있다는 점은 소상공인들이 인정해야 한다, 부여군에 언제까지 전통시장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50% 매출 감소 예상... 최악의 겨우 폐업"

  구도심의 상권이 쇠락하면서 택시들만 줄지어 서 있다.
구도심의 상권이 쇠락하면서 택시들만 줄지어 서 있다. 김종술

롯데마트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부여군 내에 있는 많은 가게들이 바겐 세일에 돌입했다. 상점마다 30~50%, 많게는 70%까지 할인을 한다는 홍보 전단이 붙었다.

부여군에서 화장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47·여)씨는 "20년 가까이 해왔던 가게를 (롯데마트가 들어오기 전에) 처분하고 다른 장사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며 "대형마트가 들어와 화려한 상술을 펼치기 전에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물건을 팔아 치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재래시장 인근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정아무개(51·남)씨는 "큰돈은 못 벌어봤지만, 지금까지 이곳에서 장사해서 우리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돈이나 많으면 아울렛에 들어가 장사를 해보겠지만 없는 형편에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우리 같은 가난한 상인들은 죽든 살든 이곳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동복을 판매하는 최아무개(37·여)씨는 "마트가 1+1 제품을 판매하는 등 주부들을 유혹할 게 빤한데 당연히 대형마트로 가지 않겠느냐"며 "50% 정도 매출감소를 생각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 올 것이다, 롯데가 운운하는 상생은 립서비스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구본중씨는 "지역상권은 돈을 벌어 옷을 사고, 밥을 먹고 하는 등 모든 것이 주변에서 이뤄지는 공동체 생활권과 같다"며 "5~10분 거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상권 붕괴는 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장에 물건을 사러 나왔다는 이아무개(32·여)씨는 "나 같으면 호기심에 갔다가 편리함 때문에 계속해서 (마트를) 찾을 것 같다"며 "모든 게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 백제역사재현단지 운영에도 깊게 관여
취재 결과, 세금 3854억 원이 투입된 백제역사재현단지마저 롯데그룹이 깊게 관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8년 이완구 전 지사 재임 당시 충남도는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일대 약 300만 ㎡ 규모로 조성될 백제역사재현단지를 두고 롯데와 위탁 경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충남도 문화산업과 담당자는 "애초 협약으로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타결된 사항이 아니라 딱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시설물은 충남도가 관리하고 운영을 롯데에서 하는 것으로 협의됐다(수입 분배는 50-50)"고 말했다.

'세금으로 지어진 시설에 롯데는 경영만 하면서 수익을 가져가면 충남도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담당자는 "유통·관광 산업에 노하우를 가진 롯데가 위탁 운영하면 충남도가 운영하는 것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롯데마트 #상권붕괴 #부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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