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여행자의 집. 푸르게 솟아오른 코코넛 나무. 낯선 눈길이 따가운지 검은 새 한 마리가 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릅니다.
최방식
하얀 구름 한가운데 넓고 포근한 자리. 고즈넉함, 그 사이로 밀려오는 풋풋한 향. 나지막한 재잘거림. 귀에 선 새소리. 분명, 낙원이었습니다. 여느 아침과는 사뭇 다른. 상쾌함을 좇아 명상, 그 끝에 다다른 고요. 그리고 평화. 양곤(Yangon)의 아침입니다. '밍글라바^^*'.
문득 잠에서 깨지요. 희미한 노랫소리에 문을 열어젖힙니다. 푸르게 솟아오른 코코넛 나무. 이방인의 낯선 눈길이 따가운지 검은 새 한 마리가 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릅니다. 까마귀, 아님 열대 앵무. 그 비행 뒤로 평온하고 따사로운 미명이 대지에 내려앉습니다.
꿈에 그리던 버마 (군부가 바꾼 이름 미얀마, NLD는 불인정)입니다. 평화를 갈망하는 땅. 첫발을 내디딘 여행자에게 기시감이 엄습합니다. 팔 벌려 창공을 껴안아 봅니다. 정글, 그 땅에 발 딛고 만끽하는 안다만의 향기. 그 꿈이 그리 느닷없이 이뤄지듯, 버마인들 소망도 그리 되려나. 평화로, 민주주의로.
버마와의 각별한 인연은 8년여 전 시작됐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도움으로 태국 국경지역 버마난민촌 취재를 다녀오고부터입니다. 군부정권에 추방당한 농학자, 살라이 톤 탄 박사의 귀국투쟁을 취재하려던 것이었죠. 박사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세계만방에 버마군부의 횡포를 알렸죠.
상쾌한 열대아침, 따사로운 미명그 뒤로 버마 민주주의는 기자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버마사랑작가모임 등 단체조직에 참여하고, NLD코리아의 행사에 관심을 갖고 취재기사를 썼죠. 샤프란혁명, 나르기스 등 현지에서 전해오는 여러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요. 그곳을 늘 그리워했던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