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이야기 집성 10> 표지
도서출판 박이정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동흔 교수 외 23명이 쓰고 도서출판 박이정에서 출판한 <시집살이 이야기 집성 10>는 2008년에 정부재원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과제 '시집살이 이야기 조사 연구-현지조사를 통한 시집살이 담 구술 자료의 집대성'의 결과물(자료집) 10권 중 10번째 자료집이다.
개별 구연자를 기본단위로 구성된 결과물은 현지조사를 통해 수집한 200여 명의 구연자가 들려주는 시집살이 이야기 가운데 자료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109명의 구술 자료를 선별하여 주제유형별로 분류해 10권으로 수록하였는데, 10번째 자료집인 이 책은 '여성이라는 이름의 철학자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시집살이 이야기의 주인공 열 분 할머니, 연구조사에 응한 구연자들은 조사일을 기준으로 해 70대 초반에서 80세까지의 할머니들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를 겪은 세대다.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고, 피난 보따리를 싸야했고, 시부모님들을 봉양하며 살아야 했던 대가족 속의 며느리였던 세대들이다.
사전적 의미의 시집살이는 '결혼한 여자가 시집에서 살면서 살림을 함'으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연상하는 시집살이는 고부간의 갈등으로 겪는 애환, 시누이나 시집 식구들 때문에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아야 하는 새댁의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열 분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시집살이는 가슴 저리도록 구구절절하다. 가난한 시대, 여필종부와 삼종지도, 출가외인이라는 시대적 가치가 성성했던 시대를 아내, 며느리, 어머니로 살아오면서 감내하고 극복해야 했던 애환이자 고단함이 시집살이 자체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분류되고 있는 필자는 구경꾼의 눈으로나마 이런 며느리들을 삶을 보며 살았다. 90이 넘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삶이 그랬고, 칠순을 넘긴 큰누나의 시집살이가 그랬다.
입이 있어도 말을 해서는 안 되고, 귀가 있어도 들어서는 안 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말며 살아야 했던 세대가 책에 실린 할머니들이 건넌 새댁 시절, 며느리 세월이었을 게 분명하다. 늙고 병든 시부모의 병수발을 들고 눈멀고 치매에 걸린 시부모를 봉양하며 살아야 했던 며느리, 난봉꾼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주는 아내, 졸망졸망한 자식들 교육을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로 살아야 했던 게 할머니들이 살아야 했던 시집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