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표지
에르디아
<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은 저자가 오래된 물건을 소유하면서 발생하는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추억 등을 소소하게 펼쳐놓는다.
물려받고, 분리수거하는 곳에서 주워오고, 얻어오고, 돈을 주고 사오고, 친정식구들 몰래 챙겨오기까지 하는 저자의 마음, 오래된 물건에 대한 저자의 애착은 짝사랑 같은 막무가내다.
친정식구들 몰래 백자기를 챙기는 저자의 모습은 친정에만 오면 뭔가를 챙겨가기만 하는 딸들을 일컫는 '평생 도둑'이라는 말이 연상돼 피식 웃게 한다.
안 봐도 비디오라고 오래된 물건을 발견했을 때 빛날 저자의 눈빛, 골동품을 어루만지는 저자의 손질이 눈에 선하다. 저자가 오래된 물건과 속닥이는 건 눈에 보이는 고풍스러움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된 물건에 스며있는 추억, 오래된 물건들이 품고 있는 실용성이나 역사가 넉넉하기에 그토록 애지중지하리란 생각이다.
저자와 속닥이고 있는 물건은 반닫이, 함, 뒤주, 사방탁자, 병풍, 괘종시계, 백자기, 화로, 다듬이, 한지, 고무신, 모시 적삼, 손수건, 목화솜 이불, 버선, 참빗, 소반, 바가지, 시루, 약탕기, 옹기, 바구니, 수세미, 번철, 옻칠목기, 보자기 등이다.
'세모시-올이 가늘고 고운모시- 비밀은 여인네 입술에 있다'는 말처럼, 모시는 일일이 입으로 벗기고 손으로 하나하나 매만져 실을 만들기 때문에 올이 곱고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모시째기 과정이 끝나면 섬유의 굵기를 일정하게 하는 '모시삼기'과정을 거치는데, 그 정도에 따라 모시의 품질이 정해진다. - <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88쪽웬만한 집이면 거반 있었을 물건들이니 저자가 떠올리는 추억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 깜빡 잊고 있었던 시절을 누구나가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물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