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의원, "원세훈 원장, 불법적으로 여론조작 시도" 문건 공개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3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재임기간 중 불법적으로 여론조작에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국정원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유성호
여당 의원들의 엄호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 됐다. 민주통합당 소속 A의원은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오전 11~12시에 상부에 보고한 뒤 다른 미션을 받아 (국정원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서 업무를 처리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종명 제3차장이 국내정치 개입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여론 흐름 파악'이라는 표현에 이의를 제기했다.
"(국정원이) 여론의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은 저희들이 하고 있는 업무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적절치 않다."A의원은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집하려면 SNS에서 어떤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지 봐야 하는데 국정원 안에서는 이를 차단하기 때문에 제3의 장소에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종명 제3차장이 "정보수집 활동의 근본은 비노출 간접활동이다"라면서 흥미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옛날의 업무환경이 이제 사이버영역으로 바뀌었으니까 사이버에 관련된 업무를 비노출 간접활동의 일환으로 외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정원) 업무의 성격을 이해해 달라."'비노출 간접활동'이라는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외부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다양한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얘기의 연장선상에서 "(사이버상에서)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고"라는 발언이 이종명 제3차장의 입에서 나왔다. 발언의 위험성을 인지한 새누리당 소속의 G의원이 "거기서 여론은 대북첩보의 일환이죠?"라고 물었고, 이 차장도 "그렇다"고 수습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 여론에는 국내정치라든가 그런 것은 일체 없다. 오해 있으면 안된다."하지만 이종명 차장은 국정원이 인터넷상에서 파악하는 '여론'이 어떤 것인지는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 국내상황을 상대로 한 심리전을 벌이거나 선거 등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활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인터넷에서 여론을 파악하는 게 간첩잡는 행위?"그로부터 두 달이 흐른 뒤인 올해 2월 12일 다시 국회 정보위가 열렸다. 국정원 직원인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접속해 4대강 사업과 MB의 해외순방 등을 홍보하는 댓글을 단 사실이 확인된 직후였다.
야당 의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자 원세훈 국정원장은 "인터넷 댓글 달기는 국정원 직원의 본업이 아니다"라며 "그것이 본업이었다면 직무태만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소속 A의원은 "4대강과 해군기지에 달린 댓글에 찬반을 표시하는 것이 국정원의 일상업무이고 간첩을 잡는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어떻게 각종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의 흐름을 파악해 그곳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 간첩을 잡는 행위란 말인가?"원세훈 원장은 "이상한 것이 들어와 있는지 사이트에 들어가서 (살펴)보는 것은 국정원의 일이다"라며 "하지만 댓글을 달거나 (찬반 표시에) 클릭을 하는 것은 국정원의 기본 업무가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한 A의원은 김씨의 인터넷 댓글 달기 작업을 도와준 일명 '고시촌남'의 신분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과 관련있는 인물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종명 제3차장은 "김씨로부터 보고받기로는 알바는 없었다"며 "알바를 고용할 수도 없다"고 답변했다.
원세훈 원장은 "국기문란사건"이라는 한 야당 의원 지적에 "(재직한 지) 4년 됐는데 (국내)정치개입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런 일을 할 직원들도 없다"며 "경찰, 검찰에서 수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으면 조치하겠지만 국정원 차원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이 나온 이후 줄곧 국회 정보위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
국내정치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씨가 인터넷에 댓글을 달거나 찬반을 표시한 것은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주장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25건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원세훈 지시사항')이 공개되면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원세훈 지시사항에 적시된 것처럼, 세종시와 4대강, 한미FTA 등 주요 현안에 국정원이 개입할 것을 주문하거나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종북세력의 사이버활동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통해 여론조작을 지시하는 것이 국정원의 고유업무는 아니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답변을 통해 국정원 고유업무에서 벗어난 일을 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마저 농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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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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