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자와 양육자는 한 사람이 맡는 게 좋습니다. 친권자와 양육자가 다를 경우, 일상생활이 무척 번거롭습니다.
sxc
이혼은 어른들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이혼 뒤에 가장 상처받고 소외받는 이들은 부부 자신이 아니라, 바로 자녀들입니다. 이혼 과정에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이혼 가정의 아이는 공격적, 충동적, 반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혼할 때 반드시 아이의 미래도 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혼을 하면서 자녀 양육과 관련해서 반드시 이혼 전 해결해야 할 3가지 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①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아이를 키울까 (친권자, 양육자 지정) ② 아이의 양육비는 얼마를, 어떻게 지급해야 할까 (양육비)③ 함께 살지 않은 부모와 아이가 어떻게 만날까(면접교섭) 오늘은 그 중 첫 번째로 ① 친권자, 양육자 지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친권자나 양육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이혼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친권과 양육권, 어떻게 다르나
친권과 양육권의 뜻부터 파악해봅니다. 먼저, 친권이란 미성년 자녀의 신분과 재산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는 부모의 권리를 말합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분상 권리로 ▲자녀를 보호 교양할 권리·의무 ▲자녀가 살 곳을 지정할 거소지정권 ▲징계권 등이 있습니다. 또 재산상으로는 ▲자녀 명의 재산 관리권 ▲법률행위 대리권, 동의권을 포함합니다.
쉽게 말하면 자녀를 대신해서 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친권입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가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전입신고를 하거나 여권을 발급할 때,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 부동산·은행예금을 관리하거나 다른 사람과 계약을 체결할 때, 민사소송을 하거나 당할 때 친권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면 양육권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자녀와 함께 살면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육할 권리·의무입니다.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권리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습니다.
양육권과 친권은 어떻게 다를까요. 자녀의 신분과 재산, 양육 등에 관한 사항 전반을 결정할 권리인 친권이, 자녀와 함께 살면서 교육할 권리인 양육권보다 좀 더 넓은 개념입니다. 친권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반면, 양육자는 따로 기재되지 않는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친권자와 양육자를 한 사람으로 정해야 하는 까닭친권과 양육권은 결혼 중에는 부모가 공동행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혼을 하게 되면 누가 친권자와 양육자가 될지 반드시 정해야 합니다.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양육자와 친권자를 다르게 하거나 이혼 후에도 부모가 친권을 공동행사하는 것은 어떨까요.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양육자와 친권자를 같은 사람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무척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전입신고를 하거나 통장을 만들거나 휴대전화를 개설하려고 하면 그때마다 친권자에게 도장을 받거나 인감증명을 받아야 합니다. 만일 연락이 되지 않거나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고생을 겪게 됩니다. 자녀가 학교나 가정생활에서 사소한 법률행위를 하는 데도 친권자의 동의나 대리를 받는 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양육자를 친권자로 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친권자와 양육자를 누구로 정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부부가 협의하여 결정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게 안된다면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은 부부의 주장과, 자녀의 의견을 들어본 뒤 아이의 미래와 복지를 위해 결정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법원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요. 경제적인 여건?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부모 중 누가 친권자 적합할까...법원의 조건은?[사례] 40대 후반 남성인 A씨는 띠동갑인 여성 B씨와 스무살 무렵부터 동거하다가 몇 년 뒤 결혼했다. A씨는 동거 무렵부터 폭행과 욕설을 일삼아서 B씨가 임신 3개월만에 유산한 적도 있었다. 결혼 몇 년 후 B씨는 인공수정을 통해 쌍둥이를 낳아서 길렀는데 남편의 폭력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집을 나왔다. 그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친언니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키우면서 식당일로 생계를 꾸려왔다. A씨는 택시운전을 하고 있어서 B씨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았다. B씨는 법원에 이혼소장을 내면서 친권자와 양육자로 자신을 정해달라고 청구했다.1심과 2심 법원은 이혼판결을 내리면서도 "경제적 여건으로 볼 때 아버지 A씨가 친권자 겸 양육자가 되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쌍둥이를 키우는 즐거움으로 살아왔던 B씨로서는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다행히도 대법원은 이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자의 양육을 포함한 친권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미성년인 자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전제한 대법원은 "미성년인 자의 성별과 연령,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모와 미성년인 자 사이의 친밀도, 자녀의 의사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B씨가 인공수정을 통해 어렵게 자녀들을 출산한 점 ▲지금까지 양육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점 ▲6세 남짓 어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어머니가 양육하는 것이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B씨가 키우는 게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B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점에 대해서는 "A씨와 양육비를 분담함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결국 B씨를 양육자 겸 친권자로 결정했습니다.
딸은 무조건 엄마가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