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처조카' 이한영 망명 외교문건 30년만에 공개

정부, 처음엔 이씨 신분 몰랐던듯... 이씨, 6개국 거쳐 나흘만에 서울도착

등록 2013.04.01 09:36수정 2013.04.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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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강병철 정아란 기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씨가 스위스를 떠나 한국에 도착한 1982년 당시 긴박한 상황이 만 30년이 지난 뒤 정부 공식 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부는 이씨를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서울에 도착시킬지 4가지 안을 세운 뒤 장·단점을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며 이씨의 귀순 의사 표명을 어느 시점에 할지를 놓고도 면밀히 비교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31일 공개된 외교문서 '북한 공작원 김영철 망명사건'(1982년 생산)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주제네바 대표부는 9월 28일 저녁 긴급 전문을 통해 이씨 문제를 처음 서울 외무부 본부에 보고했다.

전문 보고는 대표부가 1982년 9월 28일 오전 9시50분 이씨의 전화를 받고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에 이뤄졌으며 대표부의 전문의 제목을 '몽블랑 보고(1)'라고 달았다. 외무부는 이후 이씨 문제가 종결될 때까지 이를 전문에서 암호명처럼 사용했다.

대표부의 첫 전문은 당시 '김영철'이란 가명을 쓴 이씨와의 접촉 경위와 신병확보 사실, 귀순 의사 확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이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씨를 스위스 밖으로 이동시키는 중이라는 점도 포함됐다.

전문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리민영·이일남 명의의 여권도 소지하고 있었다. 이일남은 이씨가 북한에서 사용한 본명으로 본부와 공관을 오간 전문에서 이 이름이 별로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볼 때 정부는 처음에는 이씨의 정확한 신분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공작원 김영철'이 김 위원장의 처조카 이씨와 동일인이라는 표현은 한 줄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대표부는 또 이씨가 당시 "스웨터에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다른) 서류는 숙소에 두고 왔다"고 보고 이씨의 결정이 긴급히 이루어졌음을 시사했다.

외무부는 이후 관련 공관과 이씨의 처리 방안 등을 놓고 지속적으로 전문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이 중 87쪽 분량이다. 이씨는 스위스→프랑스→벨기에→독일→필리핀→대만을 거쳐 나흘만인 10월 1일 서울에 도착했다.

이씨가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본부와 공관간 전문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던 점도 나타났다. 정부는 이씨의 이동 과정에서 이동 경로를 놓고 4가지 안을 검토했지만 실제 이동은 이런 검토와는 별개로 진행됐다.

정부는 또 이씨의 망명 사실을 대외에 알리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나 시행되지는 않았다.

정부는 '몽블랑' 사안이 진행되는 동안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해 신분상의 불이익 등을 거론하면서 공관에 수시로 기밀 유지를 지시했다. 사건이 종료된 이후에는 재외공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관련 문서를 파기할 것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2년 서울에 들어온 이씨는 1997년 2월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피격돼 숨졌다.

외교부는 이씨의 서울행 관련 문건 외에 '외교문서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1982년도에 생산된 문서를 중심으로 작성한 지 만 30년이 지난 외교문건 중 심사를 거쳐 공개가 결정된 총 1490권, 22만여쪽의 외교문서를 이날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는 서울 서초동 외교사료관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열람과 출력이 가능하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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