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를 반대하는 학부모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3월 7일 오전 양정동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이날 실시하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정민규
그런데 2011년 말부터 학교 폭력이 원인이 되어 자살하는 아이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기사를 읽었을 때는 한탄으로 고개를 떨궜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와 학교가 아이들 목을 조르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죽음으로 증명하고 있으니, 교사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의 고통을 공감할 수 없고 남을 괴롭히고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자기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클 때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길게 짜여져 있는 경쟁구조가 아이들이 서로의 목을 조르는 제일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봄 육아휴직으로 집에 있으면서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아이들 기사를 읽으며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목을 조르는 데 일조하는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어떠한 행위라도 하자 생각하며, 일제고사를 보던 6월 어느 날 아침 집에서 가까운 학교 앞에서 처음으로 일제고사 반대 1인시위를 했습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은 저에게 "당장 여기서 나가요!" 하며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죠. 속이 벌벌 떨렸지만 끝까지 버티고 있다가 오전 9시쯤 피켓을 들고 집으로 걸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쏟았죠.
그런데 빨리 눈물을 훔쳤어요. 뭘 그리 대단한 걸 했다고. 아이들은 자기 목숨을 던지며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거 너무 힘들다고 외치고 있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그깟 30분 알량하게 1인시위 한 번 하면서 울긴 뭘 우냐고 자신을 다그쳤습니다.
그렇게 2013년이 되었고 저는 5학년 담임으로 복직했는데 3월 7일에 아이들 학습상태를 진단하는 진단평가를 전국 단위로 본다고 하더군요. 진단평가 하나 보는데 시험 전 준비부터 시험 당일까지 수능시험을 방불케 하는 절차와 분위기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나 하다가 진단평가 날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교감선생님이 물어보시더라구요.
"이런 방법밖에 없습니까."그래서 우물쭈물 말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입니다."그래서 저는 "교육부 '초등 일제고사 폐지' 확정!"이란 문자를 보면서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그날 누군가가 저에게 문자를 보냈더군요.
쌤이 1인시위 해서 폐지됐나봐.그 문자에 몹시 부끄러워지면서 이 시험이 존재했던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을 등진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뒤늦게나마 먼저 세상을 등진 아이들에게 고개 숙여 마음을 전합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지금은 편안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물론 일제고사가 폐지된다고 해도 입시경쟁교육은 여전할 거고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이 멈춰지지는 않겠지요. 아이들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고작 1인시위 정도겠지요. 하지만 그냥 지금은 당분간 좀 기뻐하렵니다. 그리고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열심히 고민하고 '움짝움짝' 할 수 있는 만큼 기쁘게 움직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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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짝팔짝 기쁜 날... 먼저 간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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