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훈훈하게 만드는 봉천동 '골목시장'

값도 싸고 인심도 풍성한 골목시장을 활성화 해야...

등록 2013.04.01 11:27수정 2013.04.0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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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골목시장 각종 봄나물이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는 골목시장 풍경. 보기만 해도 입밋이 당긴다.
봉천동 골목시장각종 봄나물이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는 골목시장 풍경. 보기만 해도 입밋이 당긴다.최오균

봉천동 골목시장 골목시장에서 장을 본 사람들이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고 있다.
봉천동 골목시장골목시장에서 장을 본 사람들이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고 있다.최오균

봉천고개에서 언덕길을 거의 다 내려가면 사람들이 손에 비닐봉지를 바리바리 들고 올라옵니다.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도 모두 비닐봉지가 하나 이상은 들려 있습니다. 봉천동 골목시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골목시장을 돌아보면 그 지역의 전통과 문화, 지역 특산물과 사람들의 인심을 알 수 있습니다. 봉천동 골목시장은 작지만 거의 없는 물건이 없이 풍성합니다. 물건도 풍성하고, 값도 싸고 사람들 인심도 풍성합니다.

봉천동 골목시장 골목 오거리에 선 청과시장
봉천동 골목시장골목 오거리에 선 청과시장최오균

야채, 과일, 생선, 튀김, 닭고기, 정육점, 참기름 가게, 각종 화초…. 값도 매우 저렴합니다. 단돈 천 원에도 비닐봉지에 야채가 가득 찹니다. 그래서 봉천동 골목시장은 언제나 활기를 띱니다.

봉천동 골목시장은 지하철 서울대입구역에서부터 시작 됩니다. 서울대입구역 지하에는 떡을 파는 할머니가 앉아 있습니다. '영광모시떡'이라고 적힌 박스를 놓고 할머니가 떡을 팔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2천 원을 주고 모시떡 한 봉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비닐봉지를 찢어서 모시떡을 꺼내 입에 물고 움질움질 씹어봅니다. 촉촉하고 물컹물컹한 모시떡이 입 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영광모시떡 서울대입구역 지하철에서 도인처럼 앉아 떡을 팔고 있는 할머니
영광모시떡서울대입구역 지하철에서 도인처럼 앉아 떡을 팔고 있는 할머니최오균

봉천동 골목시장 봉천동 골목시장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지하철 입구에서 봄나물을 팔고 있다.
봉천동 골목시장봉천동 골목시장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지하철 입구에서 봄나물을 팔고 있다.최오균

아내는 이런 골목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어제도 아내와 나는 야채 등을 샀는데, 3만원 어치를 샀더니 차 트렁크에 가득 찰 정도로 푸짐했습니다. 오늘도 숙주나물을 좀 사오라는 아내의 주문을 받고 늘 단골로 다니던 야채 가게에 들렀습니다. 단돈 천원을 주니 숙주나물이 비닐봉지에 가득 찹니다. 그런데다가 가게 주인은 단골로 이용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공짜로 생미역을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주었습니다.

숙주나물과 생미역을 들고 골목길을 올라오는 마음이 푸근합니다. 골목시장의 인심이 사람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습니다. 골목시장은 값이 쌀 수밖에 없는 것이 우선 가게 임대료가 적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산지에서 직배송하여 팔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적게 들어갑니다.


봉천동 골목시장 정육점
봉천동 골목시장정육점최오균

골목시장에서는 신용카드가 통하지 않습니다. 거리의 좌판에 늘어놓은 물건들을 현금을 주고 사기 때문에 값이 그 만큼 쌀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충동구매를 하지 않게 됩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산다는 이점이 있지요.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에 가면 충동구매를 하기가 쉽습니다. 쇼윈도에 화려하게 진열된 물건들을 보면 저절로 충동구매의 욕구가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별로 필요 없는 물건도 신용카드를 긁어서 사게 마련입니다.


봉천동 골목시장 목발을 짚고 시장을 보고 오는 할머니
봉천동 골목시장목발을 짚고 시장을 보고 오는 할머니최오균

할머니 한 분이 목발을 짚고 힘겹게 걸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손에도 골목시장에 산 비닐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수레를 끌고 사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시장을 보러가는 사람, 시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골목길은 분주합니다. 그들의 가슴에는 희망이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그 지역의 골목시장이나 벼룩시장을 구경하기를 좋아합니다. 어슬렁어슬렁 배회하면서 골목시장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습니다. 벼룩시장이나 골목시장 쇼핑의 즐거움은 우리가 평생 동안 찾아왔던 그 어떤 보물 같은 것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도 합니다.

봉천동 골목시장 봉천동 골목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물건이 풍성하다.
봉천동 골목시장봉천동 골목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물건이 풍성하다. 최오균

판에 박은 대형쇼핑몰의 진열대보다는 좌판에 늘어놓은 진귀한 물건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어떤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물건은 기껏해야 10~20달러짜리 기념품에 지나지 않지만 진귀한 보석을 산 것처럼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아내와 나는 벼룩시장이나 골목시장을 갈 때에는 쓸 돈의 한계를 정해놓고 갑니다. 그래야 충동구매를 방지할 수 있고 꼭 필요한 물건만 삽니다. 물건을 사기 전에 "이게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인가?"라는 질문을 한 후에 사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봉천동 골목시장 화초를 파는 노점상
봉천동 골목시장화초를 파는 노점상최오균

그 지역에서 나는 진귀한 특산품을 진열되어 있는 골목길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는 것은 영혼의 치유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진귀한 물건들에 매료되다 보면 마음이 단순해져서 근심과 걱정을 잊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골목시장이나 벼룩시장에서 쇼핑을 하는 이유는 꼭 물건을 구매하는 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저기를 구경하다보면 호기심이 유발되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잠자는 뇌세포를 충동시켜 어떤 좋은 사업 아이디어나 작품을 구상하는 아이디어도 떠오르게 해줍니다.

특히 벼룩시장을 홀로 배회하며 진열된 물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그 물건들과 교감을 하게 됩니다. 손때가 묻고 오래된 물건들, 거의 버려진 물건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눈이 생깁니다. 그리고 값이 아주 싼 물건일지라도 집에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들을 발견 할 수도 있습니다.

봉천동 골목시장 값도 싸고 물건도 풍성한 골목시장
봉천동 골목시장값도 싸고 물건도 풍성한 골목시장최오균

골목시장은 아침에 일찍 가야 가장 좋은 상품들을 살 수 있지만, 저녁 늦게 가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떨이 상품을 살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골목시장은 생기가 있고 흥미로운 곳입니다. 우리네 삶이 지치고 나른해 질때, 생존경쟁을 치열하게 느낄 수 있는 골목시장을 돌아보세요. 그러면 없던 힘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런 골목시장을 활성화시켜야 동네가 살아납니다. 골목시장에는 물건도 풍성하고 볼거리도 많은 골목시장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풍요롭게 해줍니다.

집 가까운데 봉천동골목시장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휴일 오후 골목시장을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골목시장을 구경하다보면 아주 싼 값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해줍니다. 바구니에 가득 찬 행복! 봉천동 골목시장은 물건도 풍성하고 인심도 풍성한 곳입니다. 내 영혼을 훈훈하게 해주는 봉천동 골목시장에 가까운데 있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봉천동 골목시장 #관악구 #골목시장 #바구니에 가득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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