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골목길북벽이 그려진 골목길 산책은 볼거리가 많다
최오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두 장소를 걷다보면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적막하고 고요한 묘원 길을 산책하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주지만 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인 봉천동 골목길 걷기를 더 좋아합니다.
봉천고개에서 서울대입구역 쪽으로 가는 길에는 교회와 구멍가게, 점치는 집, 이발소, 세탁소, 골목시장, 철물점, 복덕방 등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역시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아무리 저승의 천당이 좋다고 하지만 오감이 교차하는 삶의 현장만큼 재미있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골목길에는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리어카를 끌고 가는 사람,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 유모차를 밀고 가는 사람, 양지바른 곳에 느긋이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 강아지, 고양이… 등등 많은 볼거리가 산재해 있습니다.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묻어 있는 골목길을 걷다보면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봉천고개에는 큰 교회가 두 개나 있습니다. 봉천동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교회지요. 봉천동의 지명도 하늘을 떠받드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 교회 밑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폐휴지 등을 수집하는 집이 나옵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폐휴지를 주어 왔는지 주인은 박스와 병, 비닐 등을 구분해서 잘 포장을 합니다. 그걸 팔아서 생계를 유지 하는 모양입니다. 그 앞집에는 '비룡정사'란 신녀보살집이 있습니다. 아마도 점을 쳐주는 집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