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4명의 후보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인 허준영 후보(전 경찰청장), 민주통합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인 이동섭 후보,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 김지선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남소연·권우성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자구도에서 안철수 후보(38.8%)가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32.8%)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8.4%,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는 6.1%를 얻었다. 야권단일화를 이뤄 양자 구도 일 시 안 후보는 51%를 얻어 허 후보(37.9%)를 크게 따돌린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19세 이상 유권자 700명 대상 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7%p)
허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6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허 후보의 지지율은 38.1%로 나타나 안 후보(37.4%)에 0.7%p 앞섰다. 김 후보는 10.5%, 정 후보는 1.7%로 나타났다. (19세 이상 유권자 505명 대상, 유선전화와 RDD ARS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4.36%p)
결국, 야권이 삼분할 된 구도 속에서 안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허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데 대해 안 후보는 "당연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28일 노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그는 "일각에서 쉬운 선거라 규정지었는데 (내가) 이겨도 빛이 안 나게 하려는 것"이라며 "평일에 열리는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낮다 보니 결국 조직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곳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은 상계 지역 특성 때문에 힘들 거라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고 말했다. 본래부터 어려웠던 선거였고, 그 구도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야권단일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는 "정면 승부를 하고 싶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는 김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묻자 "단일화를 앞세운다면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잘 담아내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 관련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듯 "귀국 때와 똑같은 생각이다, 해석을 다르게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귀국 당시 "같은 뜻을 가진 분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정치공학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안 후보가 김 후보와의 야권단일화에 대해 여지만을 남긴 채 한발 물러선 입장을 계속 표명할 경우 김 후보가 확보하고 있는 10% 안팎의 지지기반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4 : 민주당 3 : 중도 3 구도' 수면 위로?허 후보가 예상외의 선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 정치에 굳어진 4:3:3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후보 측과 가까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새누리당의 확고한 조직기반에 안 후보도 뜨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당, 특히 새누리당이 차지하는 40%의 지지기반을 흔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후보가 "조직이 없는 무소속 후보가 아무리 인지도가 있어도 힘든 선거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까닭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당의 지지기반을 확인하자, 새누리당은 반색하고 있다. 허 후보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부로 느끼는 지역민심은 안철수보다 허준영"이라며 "안철수씨를 정말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고난의 시기를 내가 드려야 되겠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서 "일반 여론에서 허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많이 뒤처질 것이라고 생각했지, 당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본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좋은 상황이고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 후보가 향해야 할 방향은 민주당의 조직기반 30%다. 실제 안 후보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으로 설 자리를 잃은 이동섭 민주당 노원 병 지역위원장에 대해 열린 자세를 명확히 했다.
안 후보는 "(이동섭 위원장이) 안타깝고 죄송스럽다"며 "작년 대선 때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분 심정을 1/10 정도 헤아릴 수 있다, 지지자들의 상실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마음을 내 마음속에 담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동섭 후보가 지역 정치 선배"라며 "그분의 여러 좋은 말씀을 듣고 참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해 단일화 논의에서 자유로워진 이동섭 예비후보와 그의 지지세력을 껴안고 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이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야권 내부에서만 4명의 후보가 나오는 구도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이 위원장은 28일 선거운동을 재개하며, 지역 대의원과 당원이 참석한 상무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동섭 위원장을 향한 안 후보의 '신호'가 너무 늦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 무공천 결정 직후 안 후보가 이 위원장에게 전화해 '지역에 헌신했는데 죄송하다, 언젠가 새 정치할 때 보답하겠다' 한 마디라도 했다면, 이 위원장의 마음도 누그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무공천 결정이 난 당일인 25일 김지선 후보는 "출마를 준비했던 민주당 이동섭 (노원병) 위원장에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으나, 안 후보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